요즘 문해력 문제가 언론에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관심이 많아진 것은 다수가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한글만 배워 한자를 모르는 세대를 일러 '한글세대'라고 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집에서 생활하는데 쓰는 말과 학교에서 쓰는 언어가 따로 있다. 학교에서 쓰는 언어에는 한자어가 많다. 쉬운 한글 사용으로 한자 학습 부담이 없어 다행한 세대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불운한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한글은 우리 글자, 한자는 중국 글자’라는 선입견 때문에 우리 글자인 한글이 있는데 한자를 배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 한자와 한글을 잘 알지 못해서 비롯된 편견이며 오해다. 우리 역사는 거의 2000년 이상 한자를 사용하면서 역사를 기록해 왔다. 그 결과 많은 저술들이 한자로 기록되어 있으며 공부의 중심에 한문이 있었다.
이미 우리는 이 한자어를 모르면 수업에서 개념 파악이 쉽지가 않다. 필자는 얼마 전 인근 중학교의 수업을 참관하였다. 마침 수학시간으로 삼각형의 내심과 외심을 가르치는 데 교사는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한자어를 설명한 사전을 보면 단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또 별도로 실험을 하여 검증할 필요도 없는 단순한 개념이다.
실제로 수업이 끝나고 학생에게 '내심'과 '외심'의 차이를 한 번 설명하여 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학생은 그림을 그려서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학생은 내심과 외심의 용어 정의가 머리에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수학학습에도 기본적으로 사전활용이 되여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는 시간이었다.
한글과 한자는 각기 특징이 있는 문자이다. 한글이 낱말의 발음을 나타내는 데 유리하다면, 한자는 낱말의 뜻, 의미를 나타내는 데 유리하다. 한글이 숟가락이라면 한자는 젓가락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둘 다 사용할 줄 알면 아주 좋을 텐데, 굳이 숟가락 하나만 사용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 바로 현재의 '한글 전용 정책'이다. 이 정책으로 혜택을 받은 학생보다 피해를 본 학생들이 많다. 한자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한자 교육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첫 단추부터 달라야 한다. 한자를 전용하는 중국이나 한자를 혼용하는 일본은 낱낱 한자를 중심으로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한자는 전무하고 한자어는 무수히 많다. 그래서 지도법이 달라야 한다. 즉, 한자어를 중심으로 한자 교육을 해야 한다. '선(先) 한자어 - 후(後) 한자' 교육이 효과적이다. 학습 도구로 말하자면 한자자전보다 국어사전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이다.
속뜻이 설명되어 있는 국어사전은 한자어 교육과 한자 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다. 한자어를 학습하면서 한자 지식을 쌓고, 그렇게 쌓은 한자 지식이 다른 한자어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순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자가 아니라 한자어를 많이 쓰는 우리나라는 한자의 자형보다 한자어의 지식이 매우 요긴하다. 따라서 한자어에 대한 속뜻 정보가 주어져 있는 국어사전은 한자 교육에도 매우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