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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법률] 학부모·보호자·친권자, 헷갈리는 교육 관련 법령들

 

초·중등교육에서의 학생 대부분은 미성년자이다. 미성년자는 법적인 행위를 할 때에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함이 원칙이고, 이는 미성년자를 아직 성장이 완성되지 않은 미성숙한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교육과 행정에서 학부모의 동의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또한 「헌법」은 국민에 대해 교육권을 보장하고, 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의무교육을 받게 해야 할 의무를 부과(「헌법」 제31조)하고 있다. 이는 학부모 교육참여권의 근거가 되며, 교육 관련 법령에서도 이를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있어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교육행정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그간 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학생의 보호자를 ‘학부모’라고 불러왔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교육 관련 법령에서 ‘학부모’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변화하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발생했다. 이제 이혼가정도 드물지 않고, 학생의 실질적인 양육 역시 부모가 아닌 조부모나 다른 가족에게 일임된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학교현장에서 ‘학부모’의 개념에 대한 혼동과 혼선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민법」에 따른 ‘친권자’
「민법」에 따르면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와 의무를 진다(「민법」 제913조). 그리고 부모는 미성년자의 친권자가 된다. 그런데 부모가 이혼하게 될 때는 부모 중 일방이 친권자가 되고, 협의로 친권자를 정해야 하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법원에서 친권자를 지정한다(「민법」 제909조).


친권자 지정에는 자녀의 복리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자녀의 복리와 교육은 떼어 놓을 수 없는 문제이다. 이 때문에 이혼소송 과정에서 부부 서로가 본인이 친권자가 되겠다고 다투며 학교를 개입시키는 일이 있다. 또 친권자가 정해진 후에도 친권이 없는 쪽의 부모가 학교에서 자녀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친권자는 학교가 이에 응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일도 있다. 가끔은 친권자인 부모가 학생을 방임하고 실제로는 조부모가 학생을 돌보며 학부모상담에 조부모가 가겠다고 하기도 한다.


학교는 이러한 친권자 사이의 다툼, 친권자와 친권자가 아닌 부모 사이의 다툼, 친권자와 학생을 실제 보호하는 사람이 다를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가장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교육 관련 법률에서의 ‘보호자’, ‘학부모’
우선 교육 관련 법령들의 해석 지침이 되는 「교육기본법」에서는 제13조에서 ‘보호자’라는 조문 제목으로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교육기본법」 제13조).


「초·중등교육법」에서는 ‘보호자’의 정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으면서도, ‘보호자는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보호자는 교육활동의 범위에서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교육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5).


「초·중등교육법」에서는 ‘학부모’라는 표현도 많이 등장한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에 대해 ‘학부모 대표’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하고, 학교회계에 관한 규정에서도 ‘학부모가 부담하는 경비’라는 용어를 쓴다(「초·중등교육법」 제31조, 제30조의2).


살피건대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비교적 최근 신설된 규정들은 ‘보호자’라는 표현을, 과거부터 존재하던 규정들에서는 ‘학부모’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표현은 ‘보호자’, ‘학부모’라고 나뉘어 있지만 이렇게 차이를 두게 된 구체적인 이유도 딱히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에서 말하는 ‘보호자’, ‘학부모’가 앞서 살펴본 「민법」에서 말하는 ‘친권자’ 등과 동일한 개념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민법」에서 말하는 ‘친권자’와 교육 관련 법의 ‘보호자’, ‘학부모’ 개념의 차이
만일 위와 같은 교육 관련 법이 ‘보호자’, ‘학부모’의 개념을 ‘친권자’ 등으로 한정하는 취지였다면, 보호자나 학부모의 범위에 대해 「민법」의 친권자 규정을 준용하게 하였으면 그만일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기본법」이 별도로 보호자라는 개념을 따로 규정한 점에 따르면 교육 관련 법에서 말하는 보호자 등의 개념과 「민법」의 친권자 등 개념이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민법」이 가족의 권리와 의무, 재산에 대한 문제를 중심으로 친권자를 규정하였다면, 교육 관련 법들은 학생의 교육에 관한 권리 보장에 중심을 두어 보호자 등의 개념을 정하였으므로 그 규정의 목적 자체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교육 관련 법에서 말하는 보호자의 개념에는 친권자뿐만 아니라 학생의 양육을 실제로 담당하는 조부모나 형제자매, 친권자가 아닌 부모 등도 충분히 포함될 수 있는 넓은 개념이라고 보아야 할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초·중등교육법」에서는 학생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게 되어 있고, 여기에 인적사항을 기재하게 되어 있는데, 2019년부터는 부모의 성명과 생년월일을 적는 부분이 삭제되면서 학교에 부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초·중등교육법」 제25조,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제6조). 


결국 현재는 학생의 부모에 대한 정보조차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수집할 수 없게 된 것인데, 더 나아가 친권자가 누구인지는 애초에 학교가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는 정보가 된 것이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친권자’라는 「민법」에 따른 개념보다는 실제 누가 학생의 양육을 책임지고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설령 학생의 주된 양육자가 아니더라도 개별 상황에서 학생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등의 기준을 토대로 학생의 보호자를 판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예를 들어 친권자가 아닌 학생의 아버지가 학교로 상담을 요청한다면 설령 친권자인 학생의 어머니가 거부하더라도 상담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보호자의 동의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업무에서도 구체적인 업무지침에서 특별히 ‘친권자’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학생의 교육환경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학생을 양육하는 조부모에게 동의를 구해 업무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해석의 문제 _ 아동학대 비밀전학
그런데 이러한 해석에는 한 가지 걸림돌이 존재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관련된 문제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는 초등학교의 전학 절차에 관해 설명하며, ‘초등학교의 장은 학생의 학교생활 부적응 또는 가정사정 등으로 인하여 학생의 교육환경을 바꾸어 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학생의 보호자 1인의 동의를 얻어 교육장에게 당해 학생의 전학을 추천할 수 있다’라고 한다(「초·중등교육법」 제21조 제6항).


그러면서도 이러한 학생 보호자의 동의를 얻기가 곤란한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전학을 추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친권의 제한이나 상실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후견인의 선임과 변경 과정이 진행 중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초·중등교육법」 제21조 제7항). 결국 이를 해석하자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해당 규정에서 말하는 ‘학생의 보호자’는 친권자 또는 후견인을 말한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해당 규정에 대해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여기서 말하는 ‘보호자의 동의’는 친권자나 후견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닌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보호자’는 친권자나 후견인뿐만 아니라 사실상 학생을 보호하고 있는 자도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합당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20년이 지나고 해당 규정에 대한 개정도 있었지만, 여전히 ‘보호자=친권자’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해당 규정은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비밀전학의 근거로 쓰이는데, 예를 들어 친권자인 부모 두 명이 모두 학생에 대한 아동학대 가해자일 때에는 후견인 선임이라는 법적 절차를 먼저 진행해야 하는 탓에 신속한 비밀전학 진행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과 국회 역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한 문제로 다소 헷갈림이 있지만, 시행령의 해석이 그보다 상위에 있는 「초·중등교육법」 자체의 해석, 「교육기본법」의 해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학이 학생 학적의 변동을 발생시키는 점에서 법적인 신분의 변화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어서 단순한 보호자가 아닌 친권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규정들의 정리가 필요하다
위와 같이 교육 관련 법령에서 학부모와 보호자라는 두 가지의 표현이 병행해서 사용되고, 「민법」에 따른 친권자 개념과의 관계도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아 일선 교육현장에서 혼란이 상당하다.


앞에서는 대표적으로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에 대해서만 다루었지만,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서 다루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예방법」에서는 학교폭력에 관해 결정된 조치에 대해 불복하는 학생 또는 그 보호자는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2),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자는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니 친권자로 한정되는지 아니면 「교육기본법」에서와 같이 실질적인 학생의 양육을 책임지는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교육 관련 법령들은 역사가 오래된 경우가 많고 오랜 기간 개정을 반복해 왔기에 쉽지는 않겠으나, 규정들을 정리하고 통일된 용어를 사용하여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혼선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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