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반찬, 김치. 하얀 쌀밥에 쭉 찢어 올린 김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게 합니다.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라는 노래 가사처럼 ‘김치 없는 밥상’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싱겁고 허전하죠. 아무리 배춧값이 치솟아도 여전히 김장하는 집은 많고, 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 해도 김치는 음식점의 기본 반찬입니다. 이번 달은 한국인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김치의 과학을 준비해 봤습니다.
Q1. 혹시 11월 22일이 ‘세계 김치의 날’인 것을 아시나요? 왜 11월 22일로 정한 거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치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가 11가지 정도 되고, 이 재료를 넣어 만든 김치를 먹었을 때 얻게 되는 효능이 22가지가 된다고 해요. 그래서 11월 22일이 ‘세계 김치의 날’이 되었다고 합니다.
Q2. ‘김치’ 하면 유산균이 떠오르는데 김치에는 진짜로 유산균이 많나요?
김치에는 유산균이 정말 많이 서식합니다. 또한 이러한 김치는 발효되는 시간에 따라서 유산균의 양이 달라집니다.
발효 초기엔 김치 1g당 약 1만에서 10만 마리의 유산균이 서식합니다. 그리고 발효가 적당히 잘된 발효 적숙기가 되면 김치 1g당 유산균은 무려 10억에서 100억 마리까지 늘어납니다.
‘아삭하게 잘 익은 김치’ 시기가 딱 발효 적숙기입니다. 개인에 따라서 좋아하는 익은 정도가 다르겠지만, 유산균을 고려한다면 이 시기에 김치를 드시는 걸 추천합니다.
Q3. 그럼, 김치가 완전히 다 익은 묵은지는 어떤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묵은지 이야기를 하기 전에 ‘발효’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볼까요? 발효와 부패는 정말 한 끗 차이입니다. 발효와 부패는 세균이 물질을 먹고 대사산물을 만드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물질을 만들면 발효라고 하고, 인간에게 독이 되는 물질을 만들면 부패라고 합니다. 굉장히 인간중심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죠.
아무튼 발효 후기가 된 김치, 즉 묵은지는 유산균이 많이 죽어요. 적숙기에 비해서 10배에서 100배나 유산균량이 줄어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g에 1,000만 마리 정도는 서식하고 있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이 묵은지에서 아직 버티고 생존하고 있는 유산균들 중에는 특히 바이러스에 저항성이 뛰어난 유산균도 발견된다고 합니다. 또한 유산균들이 죽어도 이 죽은 사체가 결국 우리 장내에 유익균들의 먹이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묵은지 자체도 건강에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묵은지로 요리하면 뭘 하든 맛있다는 거죠. 김치찌개도 맛있고, 돼지김치찜을 해도 맛있고요. 정리하자면 김치는 언제 먹어도 맛있고 건강에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Q4. 그런데 진짜 잘 익은 김치는 아삭한 맛 그리고 톡 쏘는 맛이 있는데 이건 왜 그런 거예요?
김치는 발효하면서 이산화탄소라는 가스를 방출하고, 이 가스가 물에 녹아서 탄산을 만들어요. 실제 우리가 마시는 탄산음료의 그 탄산이요! 그래서 실제로 톡 쏘는 아삭한 식감의 김치를 맛볼 수가 있는 거예요. 여기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게,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이 방출되면 오히려 유산균이 잘 못 자라는데, 우리 장독대를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아주 미세한 구멍이 매우 많아요. 이 구멍을 통해서 김치 유산균이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거죠.
Q5. 일반 유산균과 김치유산균의 차이점이 있나요?
우선 김치유산균은 마늘·고춧가루·염분이 높은 환경에서도 아주 잘 생존하는 진짜 생존력이 강한 유산균들이에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긴 한국인의 장까지도 살아서 잘 도달할 수 있죠. 뿐만 아니라 김치유산균은 장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해 주는 역할도 한다고 해요. 특히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이라는 굉장히 심한 설사와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균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미국에서만 연간 3만 명이 사망을 할 정도이죠. 하지만 김치유산균은 이러한 디피실균을 잘 억제해 준다고 합니다. 심지어 장내에서 김치유산균이 백혈구들과 상호작용을 해서 면역력 강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아토피 피부염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최근 연구도 있습니다.
Q6. 우리나라에는 아예 김치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기관도 있다고요?
네, 맞습니다. 광주에 세계김치연구소라는 정부출연연구소가 있습니다. 실제 이 기관 덕분에 최근 들어서 김치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심지어 김치발효를 도와주는 종균을 분리해서 대량 배양하고, 다양한 중소기업에 김치유산균을 무상 제공해서 편차 없이 일정한 수준의 맛있고 건강한 김치를 만드는 방법 등을 체계화하고 있습니다. 세계김치연구소가 결국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높이고, 김치가 우리나라 음식이라는 인식을 전 세계인들에게도 인식시켜주는 거죠.
Q7. 김치를 잘못 보관하면 하얀 곰팡이 같은 게 피던데, 이런 건 버려야 하는 건가요?
전혀 아닙니다! 김치에 가끔 자라는 하얀 곰팡이는 효모균으로써 ‘골마지’라고 합니다. 최근 세계김치연구소에서 이런 골마지의 독성유전자를 다 검사했지만, 독성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서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고 합니다. 육안으로 좀 보기가 그러면 그냥 골마지 부분만 떼어내고 드셔도 되고요.
그리고 이러한 골마지를 예방 하고 싶으시면 김치유산균이 잘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김치유산균은 혐기성균이라 산소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김치 표면을 위생 비닐로 덮어두면 골마지 예방에 큰 효과가 있고, 김치유산균이 더 잘 자란다고 합니다. 또한 김치는 국물에 완전히 잠기게 보관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