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놀이’의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면서 어렵거나 하기 싫어하는 대상에 게임의 요소를 접목하여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 주목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지난 호에서 설명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필자가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윷놀이 게임학습(LPG: Learning by Putting Game) 수업과정과 효과를 소개하면서, ‘학습자 주도성을 기르는 수업전략’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윷놀이 수업(학습)전략
윷놀이 게임학습(LPG: Learning by Putting Game)은 필자가 대학에서 플립러닝을 하는 중에 학생들과 활동하는 수업 중 하나이다. 총 4단계로 진행되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단계 _ 윷놀이 준비 활동
1) 윷놀이 도구 준비하기
윷놀이 수업을 하려면 윷·말판·깔판이 필요하다. 윷은 문방구에서 적은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윷 대신에 주사위로 해도 되지만 흥미를 유발하고, 감각적 경험을 하는 데는 나무로 만든 윷이 더 좋다. 말판은 윷과 함께 구매할 수 있지만 학생들이 직접 만들게 해도 좋다. 깔판은 책상이나 교실 바닥에서 윷을 놀 때 소음이나 튕겨 나가는 것을 방지해준다.
2) 윷놀이 문제카드와 정답카드 만들기
글쓴이가 경험한 바로 윷놀이 문제카드와 정답카드를 그룹별로 한 벌씩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든다. 먼저 문제 만드는 요령을 보자.
•앞면에 문제 번호와 배점을 적는다. 그리고 뒷면에 문제를 적는다.
•정답도 문제처럼 만든다.
•문제는 문제끼리, 정답은 정답끼리 모은다. 윷놀이할 때 문제와 정답이 보이지 않도록 앞면이 위로 오게 한다.
•윷놀이 시간과 문제수를 적절하게 정한다. 20~30분에 10문제쯤 풀도록 계획하면 적당하다.
•문제를 선택형보다는 서술형(완성형·단답형)으로 출제한다.
•문제의 수준(배점)을 고르게 정한다. 예로 쉬운 것(1점) 2문제, 어려운 것(2점) 3문제로 출제한다.
•답을 충분하게 적는다. 가능한 답을 모두 적어야 제대로 학습할 수 있다.
3) 정답 기록지 만들기
이밖에 정답 기록지는 수업 중 활동(점수 계산)에서 함께 보자.
● 2단계 _ 윷놀이 수업 도입(전) 활동
1) 수업주제(목표)와 자율학습 안내하기
학생들에게 수업 전이나 도입부에서 수업주제와 수업목표를 안내한다. 이때 윷놀이 주제를 ‘한 단원 전체’로 해도 되지만, 더 중요한 소주제(항목)를 뽑아 제시하는 게 좋다. 그런 다음에 학생들이 다 함께 배경지식을 가지려면 자율학습을 충분하게 해야 한다. 이때 SQ3R 중에 질문 만들기를 활용하면 학습의 초점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2025년 1월호 참고). ‘수업주제(목표)와 자율학습 안내하기’는 수업 전 활동으로 안내하고, 수업 첫 활동으로 약식 퀴즈를 풀게 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자율학습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2) 학습 모둠 정하기
윷놀이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모둠(편)을 정해야 한다. 각 편은 3명으로 하는 게 좋은데, 2명씩 해도 괜찮다. 편을 정할 때 대개의 협동학습처럼 이질집단(성적이나 성격 특성, 친소 관계 등)으로 구성해야 한다. 3(2)명씩으로 된 모둠(편)을 ‘그룹’이라 이름 붙인다. 각 편이 책상을 마주하고 앉은 다음에는 서로 소개하고, 각 편의 이름을 짓게 한다. 이때 그룹의 동질성을 살리기 위해 동일한 범주(꽃)를 정해주고 그 안에서 생각하게 한다(예를 들어 1그룹은 개나리 모둠-철쭉 모둠). 그러고 나서 편(모둠)별로 역할을 분담하게 한다. 예컨대 주장은 말판 놓기, 확인자는 상대방의 정답 여부 판단하기, 기록자는 점수판에 점수 기록하기를 맡는다.
3) LPG 준비 학습하기
모둠(편) 내에서 역할까지 정하고 나서 각 모둠별로 윷놀이 게임을 준비하는 학습을 함께하도록 한다. 예컨대 문제를 만들어서 서로 질문과 답변을 해보도록 한다. 수업주제에 대한 사전(자율)학습이 부족했다면 수업자료를 꼼꼼하게 읽도록 한다.
● 3단계 _ 윷놀이 수업 중 활동
1) 윷놀이 규칙 정하기
윷놀이 규칙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학생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면, 학습 주도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글쓴이가 대학 수업에서 실천하고 있는 윷놀이 규칙을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뒷도는 없애고, 잡아먹기는 약간 변형하였다. 뒷도는 아무 노력 없이 큰 보상을 받기 때문에 교육적이지 못하다. 상대 말을 잡을 수 있는 경우에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 앞말을 잡는다. → 문제를 한 번만 푼다.
㉡ ‘내(우리 편)’ 말이 나가는 만큼 상대 말을 밀어준다. →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면 한 문제 더 푼다.
•문제 푸는 규칙을 정한다.
㉠ 문제는 윷을 놓은 사람이 푼다.
㉡ 윷이나 모가 날 경우 문제를 하나 골라 푼다. 문제를 맞히면 한 번만 더 논다.
㉢ 앞말을 잡을 수 있는 경우 위 ㉠, ㉡중에 선택한다.
㉣ 각 편이 상의하여 찬스 밭(윷·모·잡기 외에 말이 놓이면 문제 풀기)을 3개 정도 만들면 문제 푸는 기회가 많아 학습이 잘 된다.
㉤ 말을 뺄 때도(업어서 빼면 그 수만큼) 문제를 푼다.
㉥ (아주 중요한 것) 상대편 확인자가 정답지를 보고 정답 여부를 말한다. 이때 정답이면 모든 참여자가 그 내용을 다 함께 큰소리로 암송한다.
㉦ 정답을 맞힌 경우 문제와 정답을 카드에서 빼낸다. 맞히지 못 하면 다시 카드 묶음에 넣는다.
㉧ 정답 확인자가 정답을 본 문제를 풀게 될 경우 모둠의 다른 친구가 푼다.
2) 정답 기록과 점수 계산하기
① 두 모둠(편)이 각각 얻은 점수(ⓐ)를 계산한다.
② 두 모둠이 전체 문제(7) 중 맞힌 문제수(6)에 따라 가산점(2)을 각각 부여한다(ⓑ). 가산점은 임의적으로 정하면 된다(예: 80% 이상=3점 / 70% 이상=2점 / 60% 이상=1점 등).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이유를 강조해야 한다. 윷놀이 수업도 학습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상대 모둠이 문제를 풀 때 확인자가 힌트도 주는 등 촉진해 주어야 다 함께 암송하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산점은 ‘모두 승리법(win-win) 효과’를 적용한 셈이다.
③ 모둠별로 가산점을 더해 합산 점수를 계산하고(ⓒ), 승리한 모둠과 패한 모둠(ⓓ)을 정한다.
④ 각 그룹을 종합하여 최종 점수를 부여한다(ⓔ). 그 과정을 보자.
㉠ 모든 그룹에서 승리한 모둠을 모은다(승리 그룹).
㉡ 게임에서 패배하였지만, 다른 그룹의 승리한 모둠과 비교하여 점수가 같거나 더 많은 모둠을 승리 그룹으로 올린다. 우리나라 프로축구 승격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 승리 그룹에 속한 모둠을 다시 상위 그룹(승상)-하위 그룹(승하)으로 나눈다.
㉣ 최종적으로 세 그룹(승상-승하-패)으로 나누어 모둠 점수를 부여한다(승상=5점 / 승하=4점 / 패=3점)
● 4단계 _ 윷놀이 수업 후 활동
•윷놀이를 마치면 문제와 정답을 따로 정리한 학습지를 나누어 준다.
•각자 정답을 보지 않고, 문제에 대한 답을 적는다.
•돌아가면서 한 문제씩 정답을 발표한다.
•다른 학생이 정답을 보충한다.
•윷놀이 수업 전체에 대한 학습성찰을 한다.
매듭짓기 _ 윷놀이 수업(학습)의 효과
● 경험기억의 중요성
경험기억이란 자신의 과거 경험(사건)이 연결되어 떠오르는 기억을 말한다. 어떤 사건이나 경험과 연결되어 얻은 지식은 잘 외워지고, 오래 간다. 글쓴이 수업에서 실제 대학생이 성찰한 내용을 보자. 밑줄 친 부분이 경험기억을 말해준다.
“윷놀이 수업은 내게 있어서 학습이라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끔 해준 공부방식이다. 단순히 외워서 문제를 풀면 흥미가 없기 때문에 단순 암기밖에 되지 않아 금방 까먹지만, 윷놀이 수업을 한 내용은 놀이와 학습을 접목시켰기 때문에 내가 풀었던 문제들과 답이(틀린문제까지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 행복의 비결
2023년에 초등학교 5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생 2,231명을 대상으로 하루 동안의 주요 생활 사건(수면·공부·미디어 활동)을 분석하였다(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 결과 다른 사람과 직접 소통하고 대면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행복감 지수는 7.33이었는데, 혼자 미디어 활동을 즐기는 행복감은 6.72였다. 이 결과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성인을 대상으로 밝힌 행복에 관한 국제 조사와 거의 같다. 자신을 행복하다고 말한 상위 10%는 경험 구매(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를 자주 했는데 그 반대, 즉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낀 하위 10%는 물질 구매(물건 사기 등)를 선호하였다.
윷놀이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서로 얼굴을 보면서 전략적 사고, 문제해결, 감정교류를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행복의 비타민이 될 수 있다. ‘OECD 2030 학습나침반’에서 교육의 목표인 웰빙(심리사회적 만족)과 맞닿는다. 윷놀이 수업은 학생들의 학업 부적응, 학교폭력, 정서적 문제 등도 완화하는 비결일 수 있지 않을까?
● 말하는, 서로 가르치는 수업과 공동 주도성
미국 행동과학연구소(NTL)에서 내놓은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Learning Pyramid)에서 ‘서로 설명하기’가 으뜸이다. 10여 년 전 EBS에서 방영한 <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에서는 ‘말하는 공부방’ 학생들이 ‘조용한 공부방’ 학생들보다 시험 점수가 좋았다.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언급하면서 글쓴이의 시리즈를 마치겠다. ‘OECD 2030 학습나침반’에는 공동(협력적) 주도성(Co-agency)이 있다. 학습자 스스로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함께 협력하여 주도성을 발휘할 때 개인의 삶과 사회구성원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 이 사실을 윷놀이 학습을 통해 미리미리 깨닫게 한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적 갈등과 대립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모습이고, 미래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