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교실에서도 정치활동이 가능해진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의 ‘정치활동 금지조항’을 삭제하면서, ‘학교에서의 정치 참여는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뜨거운 논쟁이 시작됐다.
학생 참정권 확대와 함께 청소년의 정치활동이 점점 더 보장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이를 둘러싼 찬반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가 확장되고 있지만, 그 범위와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청소년들의 정치활동이 실제로 학교교육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의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과연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어디까지, 어떠한 방법으로 허용되거나 제한되어야 하는 것일까.
청소년 정치참여의 현주소
최근 몇 년간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2020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 연령이 19세에서 18세로 낮아지면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2022년에는 정당 가입 연령이 18세에서 16세로 조정되며, 청소년들이 정당활동에 참여할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더 나아가 국가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는 서울시교육청이 학생 생활규정에서 ‘정치활동 시 징계조항’을 삭제하면서,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정치적 표현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는 더 이상 제한되지 않으며, 그들의 참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규정적으로는 청소년의 정치 참여 가능 범위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는 뚜렷하다. 반대 측은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미성숙하며, 정치활동이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이 학습을 위한 장소인 만큼, 정치적 논쟁이 학습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는 학생들이 정치활동에 몰두함으로써 학습의 효율성이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학교 안과 밖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과연 미성숙함이 문제인가?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논거는 ‘미성숙함’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여러 판결문에서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미성숙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헌법재판소는 2015년 선거연령 하향 조정 논의에서 “청소년은 정치적 판단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많은 전문가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정치적으로 미성숙하다고 단정 짓는 것은 불공정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다양한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비판적 사고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아울러 ‘미성숙’은 판단 기준을 명확히 나누기 힘든 모호한 단어이다.
법적 성인인 만 18세가 지나면 미성숙의 단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인가? 성숙과 미성숙을 단순히 신체적 발달단계로서 분류한다면 이와 같은 논쟁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성숙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각 개인이 정치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시민의 기본권리인 정치 참여에 대한 논의에서 모호한 단어를 무작정 근거로 들이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이 위법하지 않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학교에서 제한해선 안 된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기본적인 권리이며,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더 나은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내가 청소년이라서, 단순히 청소년 입장에서 우린 성숙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청소년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가치관이 명확히 확립되지 않았다. 다만 명확하지 않은 단어 하나로 권리를 제한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치활동과 학교교육의 충돌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모든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논의를 요구한다. 학교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교육이며, 학생들은 학업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정치활동이 학교교육의 목적을 훼손하는지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정치활동이 교육과 충돌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강하게 주장할 경우, 학습환경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주최 역지사지 토론회에서 ‘고등학생의 정치 참여를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하며 주장했던 내용 중 하나는 “정치 참여는 학교의 교육목표에 부합한 활동이며, 오히려 목적 달성을 이루는 교육”이라는 것이었다. 2022 교육과정 개정안의 목표는 ‘삶과 연계한 학습’이며, 학교에서 정치 이론 교육을 시행하고 학생들이 이론에서 더 나아가 정치 참여로 도달하는 것은 목표의 완전한 달성이라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참여를 통해 학생들이 실제 사회문제를 직면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은 교육적 가치가 있다. 그러나 나의 마음 한구석에 계속 남아 있던 생각은 교육목표를 떠나 학교현장에서 친구들의 정치활동은 친구들의 학습을 방해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정치활동이 지나치게 과열되면, 학생들 간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학생과 반대하는 학생 간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대선이나 총선과 같이 정당 간 대립 구도가 뚜렷한 시기의 경우 학생들끼리 각자의 주장에 지나치게 빠져들어 다툼으로 이어지고, SNS에 각자의 견해를 과도하게 게시하며 반의 분위기 역시 어색하게 만드는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닐 것이다
정치적인 의견을 나누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학습 분위기를 방해할 수 있다. 주변 학교의 학생들에 따르면, 한국사의 현대사 단원 시간에 특정 정치적 사안이 언급될 때마다 정치적 논쟁이 발생하여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진 사례가 많이 존재한다고 한다.
특정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이러한 논쟁은 더욱 격화되며 학습권이 침해되는 상황도 벌어질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 표현이 너무 과도하게 나타나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나아가 교사에게 정치 성향을 질문하며 논쟁을 벌여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까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교사들이 적절한 방식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정치활동이 허용되더라도 선생님의 지도 아래 과열된 논쟁을 제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교사와 학교의 정치적 중립
학교는 학생들이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그 표현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왜 학교는 정치적 사안이 조금이라도 연관된 문제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가. 최근 탄핵정국에서도 학생들이 가짜 뉴스를 유포하거나 SNS로 선동하는 일이 잦았지만, 많은 학교는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았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학교의 정치적 중립은 결국 학교가 학교 분위기를 해치는 중대한 사안에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큰 장벽이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무작정 이상을 내세워 학교 내부의 학생 정치 참여를 모두 허용하자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지 않을까.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한 정치 참여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정치교육이다. 시민의 필수적인 권리인 정치 참여를 우리 교복 입은 시민에게 이분법적으로 허용-금지를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말이지만, 학생들에게 자신의 올바른 정치 표현을 교육하고 토론교육과 같이 정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정치적 참여를 준비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게 된다.
청소년의 정치활동 허용 문제는 이상과 현실이 뒤엉켜 있는 문제다.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가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학생들을 정치로부터 차단할 수는 없다. 다만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치활동을 허용할 것인가, 금지할 것인가’의 단순한 논쟁을 넘어,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건강한 정치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가 활발해질 때,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와 교육적 권리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