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에서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에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한창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컴퓨팅을 구현하는 것으로 생활공간이 정보공간으로 변화됨을 의미한다. 이는 교육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에서의 교육의 미래 모습’ 연구에 나타난 미래 학교와 가정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 2020년 김미래 군의 하루
서기 2020년. 초등학교 5학년인 김미래 군은 세수를 하면서 지능형 거울을 통해 오늘의 날씨와 학교 숙제 등을 확인한다. 에이전트 로봇이 어제 밤에 부탁한 과학 실험에 대한 정보를 요약, 내 전자북에 전송해 준다.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도착. 전자칩이 부착된 신분증이 등교시간과 출석을 자동으로 체크한다. 수업이 시작되면 선생님은 전자칠판을 통해 강의를 하고 학생들은 전자북을 통해 학습한다. 오늘 과학시간에는 시골에 있는 A학교와의 공동 실험이 있는 날. 지능형 테이블이 실험방법을 소개해주고 영상화면을 통해 실험내용에 대해 토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이 남긴 메모를 로봇이 전달해준다. 친구들과 화상으로 내일의 과제에 대해 역할을 분담하고 토론을 한다. 미국에 있는 사이트에 접속해 그곳 아이들의 수업에도 참여한다. 저녁을 먹고 B시에 있는 친구와 가상 도시건설 게임을 한 시간쯤 한 후 잠자리에 든다.
■ 교과서도 분필도 없는 교실
유비쿼터스 환경이 갖춰지면 대형 전자칠판이 분필가루 날리는 현재의 칠판을 대체한다. 이 칠판은 센서가 부착돼 제스처만으로 화면을 이동시키거나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학생들은 책으로 만든 교과서 대신 전자북을 활용한다. 전자북은 전자수첩 기능 및 교육과 관련된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다. 교사의 화면과 동일하게 인터페이스가 유지돼 학생들이 별도의 유인물 없이도 교육내용을 전달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별도의 필기도 필요없게 된다. 자동적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저장 및 녹음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교실 내에는 고속 무선네트워크가 구비되고 학생들 간의 대용량 파일교환 및 공동작업 수행이 가능해진다. 각각의 교구에는 REID 태그가 부착돼 학생들의 교구이용 현황에 대한 정보가 자동적으로 체크된다. 학생들의 반응, 학습태도 등을 관찰해 교실 내 조도 및 온도 등의 환경을 조절해 학습 효과도 배가 시킨다.
체육시간에는 티셔츠나 운동화에 태그가 부착돼 운동량을 측정하고 이를 중앙의 데이터베이스로 전송한다. 이에 따라 학생별로 운동 부족 정도를 계측하고 개개인별로 필요한 운동량의 맞춤서비스를 제공한다. 운동기구에는 칩이 내장돼 각각의 운동방법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주의 사항 등 정보도 제공하게 된다.
과학시간에는 3D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관련 내용을 실감나는 영상으로 재현해준다. 음악실에서는 전통적인 악기 이외에도 마우스 등에 음원 칩을 이식해 다양한 소리가 구현된다.
집에서는 학습지도를 도와주는 컴퓨터 및 로봇이 있어 학교에서 배운 내용에 대해 숙제 등을 알려주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습과 복습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성과를 학부모에게 피드백한다. 로봇은 도서 데이터베이스와 접속이 가능해 유아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관련 화면도 표시해 준다. 엄마의 영상 메모 등을 통해 정보 전달 및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
■ 장기적 마스터플랜 필요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도입은 편리성과 교육성과가 높아질 수 있지만 제대로 대비하지 않을 경우 겪게 될 문제점도 크다. 교육의 본질 중 하나인 인성의 개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정보 노출 확대로 인한 사생활 침해, 정보 남용으로 인한 피해 등의 문제를 수반하게 된다. 또 디지털 정보격차가 더 심화될 수도 있다.
김재윤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교육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가 필요하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부서간의 협력체제 구축,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법규 강화, 정보격차에 대한 대책 등 국가차원에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진호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책임연구원은 “올해 u-러닝 연구학교가 운영되는 등 관련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며 “e-러닝 분야에서 국제적인 선두를 달리듯 u-러닝 분야에서도 우선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달 u-러닝 연구학교를 선정하는 등 유키쿼터스 컴퓨팅 기술을 학교교육에 도입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u-러닝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에서의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학습자별로 맞춤형 학습서비스를 제공해 수월성 교육과 보충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등 학습경험 기회를 확대하게 된다. 서울 신학초등교 등 18개 학교가 연구학교로 지정됐고 지난달 25일에는 합동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들 학교에는 학교당 2000만원씩이 지원되고 태블릿 PC, PDA, 무선네트워크 구성용 인프라 일체가 지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