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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저소득층 청년, 대학 가도 진로 선택은 좁아졌다

‘교육사회학연구’ 최신호 논문
고교 교사 지지, 대학 진학의 핵심 자원
진학 이후 관계 끊기며 홀로 진로 감당

저소득층 청년들은 대학을 사회이동과 경제적 자립의 통로로 인식해 진학했지만, 대학 이후에는 경제적 부담과 정보·관계망 부족으로 진로 선택지가 좁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단계에서 교사의 지지가 대학 진학의 중요한 디딤돌이 된 만큼, 졸업 이후에도 진로 탐색과 이행을 뒷받침할 연속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지연 숙명여대 연구교수와 이지혜 한림대 교수는 한국교육사회학회가 발간하는 ‘교육사회학연구’ 제36권 2호에 게재한 '저소득층 청년들의 고교 이후 진로 준비 경험에 대한 질적종단연구'에서 이 같은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S장학재단 질적종단연구 참여자 가운데 2000년생 청년 4명을 대상으로 2021~2023년 면담자료를 분석해 대학 진학 이후 진로 준비 과정을 살폈다.

 

연구참여자들은 모두 대학에 진학해 안정적인 직업을 목표로 했으며, 3명은 기회균형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했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경제적 지원은 충분하지 않았지만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기대와 격려가 진학을 뒷받침했다. 특히 부모의 도움을 받기 어려웠던 학생에게는 보육원 교사와 학교 멘토교사의 관심과 격려가 대학 진학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한 참여자는 "선생님들이 저를 아껴주셔서 응급구조과에 진학하고 소방관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교사의 인정과 지지가 학생들의 학업 의지를 높이고 진로 목표를 구체화하는 중요한 자원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는 대부분 고교 졸업과 함께 끝났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는 전공 선택과 취업 준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부모에게도 진로 정보나 정서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저소득층 청년일수록 대학 이후에도 진로를 함께 고민해 줄 '길잡이'의 부재를 크게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제약은 진로 선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하더라도 생활비와 주거비, 자격증 취득과 편입 준비 비용은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참여자들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고, 여행이나 대외활동보다 수업과 자격시험 준비에 시간을 쏟았다. 연구진은 경제적 여유가 부족할수록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거나 수정할 기회도 함께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진로 선택에서는 적성과 흥미보다 실패 가능성과 경제적 위험을 줄이는 기준이 우선했다. 취업이 유리한 전공과 자격증 취득에 집중하거나 전문직 진출을 위한 편입을 선택했지만, 기간제 근무나 편입 실패 등으로 진로의 불확실성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청년 이행 경로가 다양해졌다고 해도 저소득층 청년에게 그것이 곧 선택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실패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안정성이 높은 경로에 선택을 집중하게 되고, 한 번의 실패는 다시 진로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 진로교육에도 시사점을 준다. 대학 진학 정보와 입시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대학생활에서 필요한 생활비와 자격 취득 비용, 전공 변경이나 실패 이후의 대안까지 함께 안내할 필요가 있다. 학생의 선택이 적성과 희망에 따른 것인지, 경제적 제약 속에서 이뤄진 것인지 세심하게 살피는 진로지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진로 역량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며 "고교 졸업과 동시에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학교와 대학, 장학기관, 지역사회가 연계한 장기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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