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6년 연속 상승한 가운데 한국교총이 초기 갈등 예방과 관계회복을 강화하고 학교폭력 조사·수사는 전문기관이 담당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교육지원청 심의 5건 중 1건 이상이 ‘학교폭력 아님’으로 판정되는 만큼 일상적인 또래 갈등이 행정·사법 절차로 비화하지 않도록 교육적 해결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9일 교육부의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발표와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2.9%로 지난해보다 0.4%p 상승했다. 2020년 0.9% 이후 6년 연속 증가했다. 학교급별로도 초등 5.7%, 중학교 2.3%, 고교 0.8%로 모두 높아졌다. 교총은 “매번 소폭 증가에 그친다는 이유로 경각심이 무뎌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해 유형에서는 언어폭력(37.8%)과 사이버폭력(7.0%)이 전년보다 각각 1.2%p, 0.8%p 줄었지만 집단따돌림(17.1%)과 신체폭력(15.7%)은 0.7%p, 1.1%p 늘었다. 교총은 신체폭력 증가에 대해 “더욱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건수도 2022학년도 2만1565건에서 2025학년도 2만9405건으로 4년 새 3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학교폭력 아님’ 판정 비율은 13.5%에서 22.1%로 높아졌다.
교총은 “심의 5건 중 1건 이상이 실질적인 학폭이 아니었음에도 공식 심의로 넘겨졌다”며 “또래 간 일상적인 갈등이나 사소한 말다툼까지 교육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행정·사법 절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원이 안심하고 생활지도에 나설 수 있도록 교권보호제도를 개선하고 학교폭력 사례집을 학생·학부모·교원에게 제공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초기 갈등 단계에서의 예방교육과 관계회복도 주문했다. 장난으로 시작한 행동이 과격해져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거나 같은 행동을 놓고 피해·가해 학생의 인식이 다른 사례가 있는 만큼 감정·의사표현법과 갈등 대처, 방어 행동 등을 가르치는 실질적인 예방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도입된 ‘관계회복 숙려제도’ 확대에 대해서는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담당 교원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인력·재정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조사·처리체계 개편도 요구했다. 교총은 “수사권이 없는 교원이 가정이나 학원 등 학교 밖에서 발생한 사안까지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학교폭력 범위를 현행 ‘학교 내외’에서 ‘교육활동 중’으로 제한하도록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차룰’·스파링 등 신종 폭력 대응을 위한 학교전담경찰관(SPO) 확충도 촉구했다. 전국 SPO는 1135명으로 1명이 평균 10개교 이상, 학생 약 4000명을 담당하고 있다. 사이버도박·마약·딥페이크 등 대응 업무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본연의 학교폭력 예방·수사연계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1학교 1SPO 도입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실질적 사법권한 부여 ▲관련 예산·법적 근거 확충을 요구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학교폭력 문제는 교육의 문제인 동시에 법적 책임이 발생하는 사법적 성격이 강한 행정영역”이라며 “교원에게 조사·수사와 준사법적 판단의 책임까지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는 교육적 회복과 학생 지도에 집중하고 조사·수사를 포함한 학교폭력 행정 전반은 SPO 등 전문기관이 맡는 이원적 구조로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