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폭력 문제로 온 사회가 시끄럽다. 이런 소란을 보면서 의아해하는 사람도 꽤 많다. 학교폭력 문제가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학교에서는 으레 학생 간의 충돌이 있게 마련 아닌가. 사춘기 학생들의 세력과시를 위한 충돌과 갈등은 일종의 성장통이며 통과의례 아닌가.
최근의 학교폭력을 그렇게 보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빈발하는 학교폭력은 그런 성장통과 통과의례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범죄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학교폭력은 세 가지 유형의 범죄로 전개되고 있다.
하나는 금품갈취를 목적으로 하는 폭력이다. 학교나 학급에서 희생자를 골라낸 후, 잔인하고 참혹한 폭행을 가하면서 금품제공을 요구하는 것이다.
둘째는 희생자의 약점을 가지고 놀려대며 즐기는 정신폭력이다. 주로 집단 따돌림의 형태를 띄우는데, 정신 유약자나 신체적 혹은 성격상의 약점을 가진 학생이 희생자로 선택된다. 함께 가해자로 참여하는 대다수의 급우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심각한 폭력에 가담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정신병원 입원, 자살이나 가출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책임질 뚜렷한 가해자는 부각되지 않는다.
셋째는 학내에 일진회와 같은 일탈조직을 구성하고, 일단 조직에 참여하면 기강을 잡기위해서 또는 탈퇴하지 못하도록 상습적으로 조직 구성원 학생들에게 폭행을 행사한다.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엄격하고 잔인한 조직관리 규범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세 가지 범죄가 학교에서 아주 빈번하게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가해자에 의한 폭행과 사후관리가 성인조직폭력 집단만큼 철저하게 이루어져서, 피해자는 엄청난 협박에 시달리게 되고, 이들을 관계기관이나 부모들에게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학교폭력 신고율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그간 우리가 학교폭력에 예민하게 대응해 오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학생 폭력이라는 범죄는 초등학교로 저연령화되고 있다. 학교 간 폭력 연합조직이 공공연히 행사를 가진만큼 조직화되었으며 그 조직성을 과시하기 위해서 잔인, 악랄, 참혹으로 폭력을 끝도 없이 끌고 간다. 이제 더 이상 학교폭력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서울대 교수
문용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