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자리 좀 바꿔주세요.”
“○○가 뒤에서 자꾸 욕하고 놀려서 전 너무 힘들어요.”
“처음에 ○○만 했었는데 이젠 반 애들 모두가 같이 놀리고 웃고….”
중학교 2학년인 딸 세영이가 ○○의 놀림과 욕설을 견디기 어려워 담임선생님에게 이메일로 보낸 SOS내용입니다. 이메일을 받고 다음날 학급에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너희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지”라고 말씀하시며 나가자 저희 딸은 반 전체 아이들로부터 오히려 따돌림을 당하는 꼴이 되어버렸어요. 친하던 몇몇 친구들마저 딸을 피하게 되니 아이가 너무 힘들어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 학부모가 상담해온 내용이다. 친구들로부터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사실이 청소년기 때는 맞는 것 보다 더 큰 형벌이다. 우선 따돌림 당하는 아이를 위해 어머니가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따돌림 해결을 위해서는 담임선생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돌림은 학급 분위기가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종례 시간을 통해서라도 따돌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생님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 가해하는 학생들에게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주게 된다. 따돌림에 대한 잘못된 행위는 반드시 지적돼야 한다.
그러나 아예 무시하거나 학생들 앞에서 불필요하게 피해학생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가해학생들을 고무시키게 된다. 예를 들어 “피해학생이 좀 예민하다”는 표현이나 “피해학생을 건드리지 마라”는 식의 표현은 가해학생과 주변 학생들에게 ‘따돌림은 피해학생이 문제가 있어서 일어난 것’이라는 인식을 주게 되고 따돌림은 더 심각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돌림에는 반드시 주동자가 있다. 그 주동자에게 반드시 사과를 받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담임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기 전에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불러서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주선해 주고 오해가 있다면 오해를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자리에는 담임선생님이 꼭 동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돌림은 교사가 절대적으로 피해학생 입장에서 중재가 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위의 세영이와 같은 경우에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좀 더 원만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싫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상담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권한다. 학기 중에는 개인상담, 방학 중에는 친구사귀기 캠프 같은 프로그램에서 자아를 강화하고 자신 있게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도와주기를 바란다.
임재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