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천상열차분야지도 BC 2900∼3000년전부터 천문 관측 고조선말 제작된 세계 最古 천문도 사영법 기초, 1463개 별 위치 정확 황·백·적도간 경사각 값 수치화
흔히 고대 천문사상은 별자리로 왕권의 흥망을 해석하는 정도로 이해되지만 한국의 천문은 체계적 과학으로 정착된 것이었다. 이런 증거는 평안남도 증산군 용덕리 외새산의 별자리가 새겨진 고인돌 무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인돌 무덤의 뚜껑 돌 겉 면에는 80여 개의 구멍(별을 의미)이 새겨져 있는데 돌의 중심부에는 북극성이 그려져 있다. 별의 밝기를 반영하듯 구멍의 크기가 각각 달랐는데 세차운동을 감안한 년대 측정결과, 기원전 2900년의 하늘을 보여 주었다. 같은 고인돌 무덤에서 발굴된 질그릇 조각의 연대 측정도 4930년(±741년)으로 나타나 적어도 기원전 2900∼3000년전 한반도 선조들이 천문을 세밀하게 관측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의 천문학을 설명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천상열차분야지도'. 고조선 말기(기원전 500년경)에 그려져 기원전 355년경에 돌에 새긴 이 천문도에는 282개의 성좌, 1463개의 별이 들어있다. 이 그림은 사영법에 기초, 북극을 중심으로 천체를 평면에 옮겨 놓은 것인데 각 별들이 비교적 정확하게 제자리에 그려져 있으며 춘·추분점의 위치, 28수의 기준별에 대한 좌표, 황도와 적도·황도와 백도의 경사각들에 대한 값이 수치로 주어져있다. 또 별자리 이름을 서양처럼 모양새를 본 따 붙인 것이 아니라는 점도 특이하다. 일제시대에는 이 천문도가 중국의 천문도에서 따 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천문도의 별이 1463개로 중국 삼국사기의 천문도 '삼가성도'의 1464개와 흡사하며 원본이 주나라나 한나라 시기의 천문도와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천문도의 별자리 형식을 대조 분석한 결과 북두칠성을 제외하면 같은 별자리가 없다는 점,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춘·추분점 위치결정에 이용하던 '인성'이라는 별자리가 있는데 '삼가성도'에는 없는 점 등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훨씬 더 많았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도이다. 세계적으로 남아있는 고대 석각천문도로는 1241년에 만들어진 '순우천문도'(중국 소주소재)가 있지만 이는 고구려의 석각천문도보다 무려 9세기나 늦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고구려 말기에 당나라 군사들이 쳐들어 왔을 때인 672년 대동강에 빠뜨렸는데, 다행히도 이미 제작해 두었던 탁본 한 장이 조선 초에 발견되어 그것을 대본으로 하고 수정을 가해 1395년에 제작됐다. 그후 숙종13년(1687년)에도 동일 내용의 석각천문도를 만들어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 <이동에너지기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