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32명에 불과한 강원도 삼척의 소달중학교(교장 최태식). 방학 때마다 더 기승을 부리는 사교육이니 고액과외니 하는 얘기도 이 곳에서는 딴 세상 얘기다.
이 학교 김동훈 교사는 "탄광촌 벽지 지역이다 보니 서점은커녕 주변에 문방구도 하나 없고, 그러다보니 당장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뭘 배울 기회도 없이 시간을 보내기 쉽다"며 "시골이라 학력이 떨어지다보니 TV나 인터넷으로 하는 방송수업도 따라가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제자들이 못내 안쓰러웠던 선생님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제자들이 방학을 좀더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손수 방학책을 만들어주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이 학교 교사 8명은 여름방학을 한 달여 앞두고 ‘방학책 만들기’에 돌입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학습자료를 만들기에는 역시 매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제격. ‘고사리의 여름방학’이라는 이 책의 앞부분에는 각종 읽을거리가 담겨있고 뒷부분은 학년별 학습내용을 위주로 구성됐다.
방학숙제로 할 수 있는 한자퀴즈, 영어마을 체험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쓴 헌정시와 편지 등 다양한 내용들이 100여 페이지에 가득 들어차있다.
김동훈 교사는 “별다른 예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외부에 맡길 입장도 아니어서 선생님들이 제작, 편집, 제본까지 직접 다 맡았습니다. 방학식 하는 날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책에 실린 내용을 읽어주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더군요. 학교로 찾아온 학부모들도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하시고요.”
“아이들의 알찬 방학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김 교사의 말에서 소달중 교사들의 제자사랑이 그대로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