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성장위해 매질 자청
‘태동’ 과 ‘패들’
미국 보스턴 인근에 거버너 더머 아카데미라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기숙학교가 있다. ‘서유견문(西遊見聞)’을 쓴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유학생 유길준(兪吉濬)이 다녔던 학교다. 그 학교에 가보면 1800년대의 교사가 보존 돼 있는데 교무실 하나 교실 하나와 그 가운데에 체벌실(體罰室 Whipping Room)이라는 좁다란 공간이 있을 뿐이다.
체벌을 가할 아이가 있으면 선생은 교장선생에게 고하고 교장은 이 체벌실로 데려와 잘못을 인지시킨 다음 엉덩이를 노출시켜 체벌 전담의 사환에게 업혀 규정대로의 엉덩매를 맞는다.
영국 왕실에서 왕자를 가르칠때에도 체벌은 필수인데 다만 임금이 될 지엄한 왕세자에 한해서만은 매질할 수 없다하여 다른 아이로 하여금 대신 매를 맞게 했다. 이 아이를 태동(笞童 Whipping Boy)이라 했다. 영국 왕실에서 태동을 없애고 최초로 체벌을 자청한 왕세자가 바로 지금의 찰스 세자라 한다. 영국이나 독일 등 게르만 계통의 나라들에서는 지금도 교육적 매질은 상식이 돼 있으며 이 밥주걱같이 생긴 엉덩매는 패들(Paddle)이라하여 지금도 시골의 잡화상에서 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버트랜드 러셀의 ‘교육론’에 보면 대영제국의 번영과 영광은 퍼블릭 스쿨의 회초리 끝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영국의 상류 사회인 젠트리급 가정에는 지금도 아이들 방에 패들을 걸어놓는 것이 관례가 돼 있다고도 한다.
체벌은 법적으로 금하고 있는 나라가 그러하지않는 나라보다 많지만 관습적으로는 아직도 많이 잔존 돼 있다. 한데 체벌을 가하는 인체의 부위가 나라에 따라 다르다. 영국이나 독일 등 게르만 계통 나라들에서는 앞서 말한것처럼 엉덩이가 주된 체벌부위다. 이에 비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라틴 계통 국가들에서는 귀나 코를 잡아 끌어올린다. 아프리카에서는 등짝을 때리고 인도의 힌두 문화권에서는 머리속에 악마가 들었다하여 이마를 튕긴다. 일본에서는 주로 손바닥을 펴게하여 때리는데 우리 한국의 체벌 신체부위는 종아리다.
체벌이 교육상 비중이 얼마나 컸는가는 가르친다는 것을 교편(敎鞭)을 든다하고 가르쳐 인도한다 한다는것을 편달(鞭撻) 한다하는데 편(鞭)은 매 편이요 달(撻)도 매질할 달이다.
종아리 치는 것을 초달(楚撻)을 친다, 초복(楚卜)을 친다했는데 이 모두 교육적 의미가 내포된 매질이다. ‘서경(書經)’에 종아리 때릴 복(卜)으로 교형(敎刑)을 삼는다했으므로 미루어 알 수 있다.
옛날 서당에 아이 맡긴 부모가 싸리나무로 회초리 꺾어 훈장 찾아 뵙는 일을 ‘걸복(乞卜)간다’했는데 바로 좋게 길러달라고 매질을 청하러 간다는 뜻임을 미루어도 체벌의 교육적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오십절초의 문장
선비 사회에서 좋은 문장이 나오거나 과거시험에서 명문장이 나오면 이를 칭찬하는 말로 오십절초(五十折楚)의 문장이니 구십절초(九十折楚)의 문장이니 했는데 바로 쉰개 아흔개의 회초리를 꺾이도록 맞아가며 익힌 문장이란 뜻이다. 인간적 재능의 달성과 교육적 체벌과를 이토록 연관시킨 전통 교육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