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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수석교사제’ 도입으로 승진과열 해소를

전문가 좌담 - '교원인사제도 개편안' 주요 쟁점 진단

교원인사제도 개편안이 2006년 초 확정,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제안한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초빙교장제 방식 교장임용 50% 충원, 근무성적평정에 동료교사평가 참여 및 25% 반영, 경력평정기간을 25년에서 15년~20년으로 축소, 경력평정 점수 축소 및 근평 비중 확대 등이다. 이 같은 내용이 원안대로 확정 발표되면,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교원인사제도 혁신방안이 교직현장에 어떤 영향이 미칠 지를 다각도로 분석하고자, 전문가 및 교원 5인의 이메일좌담을 마련했다.

한 “교원평가는 수십년 논란 대상, 장기적 연구 검토 필요”
최 “초빙교장제 선행조건은 교장자격 가진 자를 대상으로”
이 “동료평가결과 ‘토론, 문제해법 찾기’ 용도 활용은 가능”
전 “경력평정점수, 근평 등에 비해 비중 높아 완화 바람직”

몇 달을 끌어오던 교원평가 시범실시 협상이 결국은 지난 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교원평가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왜 이렇게 깊다고 보시는지요.

백복순 한국교총 정책본부장=평가는 누구에게나 부담이 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교원들은 교육부의 평가제 도입을 공교육 부실의 책임을 교원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당초 6월이다, 10월이다, 그것도 안 되니까 11월 강행 식으로 시한을 정해놓고 알맹이를 꿰어 맞추려함으로서 문제가 더 커진 것입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평가 당사자인 교원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교원평가제는 국가에 따라서 수십 년 동안 논란을 벌이고 실험적으로 시행하면서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해 장기적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이해 당사자인 교원집단의 설득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제 논란이 시작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더 많은 연구와 대안 개발을 통해 우리 실정에 적합한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최무산 서울 대은초 교장=자질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습니다. 다만 현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을 해야 하지 새로운 평가 제도를 만들어 이원화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갈등과 행정낭비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교원평가제를 추진코자 한다면 교원 및 교직단체의 의견을 들어 합의안을 만들어 시행해야 합니다. 학부모, 학생, 동료교원 등이 교원을 평가한다면, 교사는 학생 및 학부모의 눈치를 보거나 비위를 맞춰가면서 교육활동을 해야 하고, 동료교사들 간의 학연 지연 교직단체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역기능으로 인해 교육력을 저하시킬 요인이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이창희 서울 강현중 교사=교원평가에 대한 교원단체의 요구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현실적인 평가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전제조건으로 교육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이것을 학부모단체 등에서 깊이 이해하려고 할 때 해법이 보일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평가할 때, 객관성 없는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학부모들이 수긍할까요. 난리가 나겠지요.
교원승진제도 변화를 위해서는 교원자격체계의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는데요. 어떻게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백=한국교총은 ‘80년도부터 수석교사제를 주장해왔고, 정부에서도 ‘95년도에 입법예고, ‘99년 교직발전 종합방안 포함 등으로 도입을 시도했으나, 예산부처의 반대와 교원단체 간 이견으로 유보되었습니다. 교사 중 6%만 승진할 수 있는 현재의 단선형 구조에서는 승진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 직렬과 행정 직렬을 분리해 교직경력 15년 이상이 되면 굳이 교장, 교감이 안 돼도 선임교사, 수석교사로서 교직발전 단계에 따른 자기발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경로를 열어줌으로써 전문성을 심화하고, 승진과열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교총의 최근 조사에서도 81%가 수석교사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전제상 경주대 교수=교직생애 발달단계에 걸맞도록 교원자격체계가 개편되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개편방안은 2급 정교사와 1급 정교사 이후에 수업활동 위주의 수석교사단계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두어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학교를 경영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차별화되고 이를 준비하는 내용이 달라야 하며, 승진의 경로도 분리되어야 합니다. 관리직과 교수학습직을 분리·운영할 것을 오래 전에 제안한 교총의 수석교사제는 현실적합성이 높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문제의 본질은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시킬 수 있는 방안, 학교현장의 교수학습지도에 전념하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데 평생을 몸담고 일할 수 있는 진정한 교사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교총이 주장하는 수석교사든, 아니면 현장 장학요원이든 직급과 지위와 무관하게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에는 현행 교원근무성적평정 중 학습지도에 대한 평정요소를 동료교사가 참여해 평가하고 이를 일정비율(25%)로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한=근평제도의 개선 방안으로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학습지도 영역의 평정이 가장 핵심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교사들이 상호 평가 방식을 통해 점수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료교사의 상호평가 방식은 그 기술적인 방법에서 검토와 대안 개발이 필요합니다. 교사의 상호평가는 학습지도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백=동료교사의 평가 참여에 대한 각종 설문조사에 의하면 55%가 찬성하고 있습니다. 평가자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6학급미만의 소규모학교가 30%가 넘는 상황이므로 시행방법은 다양하게 강구돼야 할 것입니다.

이=평가결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찬성입니다. 즉 그것을 기준으로 해당교원의 질을 모두 판단한다거나 부적격교원으로 몰아간다거나 하는 식의 활용은 금물입니다. 교원들 스스로 결과에 대해 토론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교사들이 동료교사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준비와 마음가짐을 갖추는 등의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하겠지만요.

최=학습지도 평정에 동료교사를 참여시키려는 제안은 학교현장의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발상입니다. 동료교사가 학습지도 방법을 보고 평정할 기회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학연, 지연, 교직단체간의 갈등만을 조장시켜 평정내용이 형식에 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교사에서 교감, 교장의 관리직으로 진출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승진의 경우 일차적으로 공정성이 중요 관건이 된다는 점과 소수점 넷째짜리까지 따지는 현실에 비춰볼 때 학교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근평 중 학습지도 관련 평정요소를 절대평가로 전환해 이를 본인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용도로 피드백 한다는 차원에서는 논의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교원승진규정 중 경력평정점수는 현재 90점입니다. 정부는 이를 축소하고 경력평정기간도 5~10년 정도 단축하는 안을 내놓았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경력평정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감, 교장을 할 수 있는 경력의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현재의 25년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1~2년도 아닌, 5~10년 단축은 절대반대입니다. 경력평정점수를 조금 축소하는 것은 찬성합니다. 다만 축소한 경력평정점수를 어느 부분에 합리적으로 추가반영 할 것인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경력평정이 하향 조정되면 될수록 승진과열현상을 초래하게 됩니다. 과거에 몇 차례 경력평정기간을 조정할 때마다 문제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학교현장의 정서는 젊고 유능한 경영자도 필요하지만 풍부한 경륜을 갖춘 인품 있는 학교장을 더 선호합니다. 경력평정의 하향보다 능력과 자질을 갖춘 자를 어떻게 선발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백=현행 경력평정 비중이 높고 평정기간이 너무 길어 젊고 유능한 분들의 승진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난 해 교총 승진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도 경력 비중을 다소 낮추고, 평정기간은 25년에서 20년으로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기득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고, 2~3년간 제도 변경 예고를 한 후 매년 1년씩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할 것입니다.

전=경력평정점수 90점은 근평 80점, 연수 20점과 가산점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유능한 교사의 조기 승진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는 숱한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급격한 사회변화와 발전 속도에 비춰볼 때 젊은 교사의 관리직 진출 기회를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합성 차원에서 보면, 학교현장의 적용시점과 적용대상은 좀 더 세밀한 검토가 요구됩니다.

교장 임용방식에 공모형식 초빙제를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안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최=공모제 형식의 초빙교장제의 선행조건은 교장자격을 가진 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모제 형식의 초빙교장제가 지역 여건에 따라 꼭 필요한 지역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행 초빙교장제 성과를 면밀히 검토 연구한 후 점차적으로 확대해야지 획일적으로 50%까지 확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발상입니다.

이=공모제에서 교장임용의 결정적 키를 쥐게 되는 것은 학교운영위원회입니다. 따라서 교장이 되기 위해 운영위원을 상대로 한 사전로비가 성행하게 될 것이며, 능력보다 학연, 지연이 더 부각될 수 있습니다. 능력과 관계없는 임용이 발생해 지금의 방식보다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만에 하나 개방형 공모제로 간다면 교사출신 교장의 길은 거의 막히게 된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결론적으로 교장 자격을 더 강화하고 재임용 기준 강화 등 책임을 철저히 묻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백=교장공모제는 교직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교직의 전문성을 흔들리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승진임용제, 초빙제, 공모제가 혼재하게 되는 상황에서 공모제를 50%까지 확대한다는 것은 이론에 치우쳐 교직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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