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이후 소규모고교를 중심으로 교육 기회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생 선택권 확대를 목표로 한 제도 취지와 달리 과목 개설과 교원 확보 여건이 부족한 학교에서는 사실상 교육 선택권 보장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고교학점제는 소규모고교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가: 경북·전남 지역 고교 사례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소규모고교의 고교학점제 운영 실태와 한계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고교학점제가 2025년 전면 시행된 이후 교육 현장에서 지역·학교 규모에 따른 격차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북과 전남 지역 사례를 분석한 결과 소규모고교의 과목 개설과 교원 확보 여건이 일반 학교에 비해 크게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소규모고교의 평균 교과목 개설 수는 같은 지역 소규모 외 고교 대비 경북은 약 2/3, 전남은 약 1/3 수준에 그쳤다. 교사 수 역시 소규모 외 고교에 비해 현저히 적어 다양한 선택 과목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로 분석됐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공동교육과정 활성화와 연구·선도학교 운영, 온라인학교 개설, 순회교사 지원 등 소규모고교 지원 정책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과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지원 대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현장 체감 수준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봤다.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 수업 확대가 일부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학생 이동 부담과 수업 운영 한계 등으로 인해 소규모고교 학생들의 실질적인 과목 선택권 보장에는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학생 수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산어촌 지역일수록 교원 수급과 과목 운영 어려움이 동시에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학교 규모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경험과 진로 선택 기회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특히 고교학점제가 학교 간 교육 여건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경우 제도의 취지인 학생 맞춤형 교육이 오히려 지역 간 격차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규모고교에 대한 별도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교원 배치와 과목 운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순 재정 지원을 넘어 교원 확보와 공동교육과정 운영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종오 입법조사관은 “소규모고교의 고교학점제 운영 여건은 여전히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라며 “학교 규모와 지역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고교학점제가 교육 기회 확대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