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퇴직교원이 10년간의 방대한 연구를 집대성한 언어학 책을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최상락 전 서울 연북중 교장(한일어원연구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박말갈’이라는 책 제목이 생소하게 들린다. “박은 박달[檀], 즉 단군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말의 뿌리는 ‘박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박말은 우리말과 일본어까지 함께 포함하는 것이다. ‘갈’은 나누다는 뜻으로, 이 책은 우리말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 언어의 변화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78년 교육관 영사 자격으로 일본을 가게 됐다. 3년간 지내면서 일본 말이 우리나라 경상도 사투리와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후 일본학교 교장, 동포교육원장 자격으로 두 차례 더, 총 9년간 일본에 머무르면서 일본과 우리말의 뿌리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삼국사기에 실린 옛 지명 정도가 전부지만 그러나 일본에는 자료가 무척 많았다. 95년부터 10년 동안 수백권의 책을 읽고 자료조사를 했지만 힘든 줄도 몰랐다.”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말의 뿌리는 모두 한 음절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나라’라는 말은 ‘날’에서 왔고 ‘사람’은 ‘살’이라는 어원에서 시작됐다. 한자는 적어놓으면 원래 글자가 가진 뜻은 없어진다. 가령 ‘사돈(査頓)’이란 단어는 ‘조사하다, 조아리다’는 뜻의 글자들이 만나서 전혀 다른 뜻을 만들었다. 우리말은 소리글자지만 한자처럼 글자마다 뜻이 있고 새로 단어가 만들어져도 원래 뜻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어원을 잘 살펴보면 한자단어를 간단한 우리말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책을 토대로 세미나와 강연을 활발히 하면서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한자를 공부한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아무도 ‘퇴식구(退食口)’의 뜻을 해석하지 못한다. 왜 이렇게 말도 되지 않는 한자어를 남발한단 말인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데 한글처럼 편리한 언어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한글은 틀림없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