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동고동락해온 아내를 가리킬 때 ‘조강지처’라는 단어를 쓴다. “조강지처 버리고 잘된 사람 없다”는 말도 드라마 등에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조강지처(糟糠之妻)’의 ‘조강’은 지게미 ‘조(糟)’ 자, 겨 ‘강(糠)’ 자를 쓴다. 즉, 지게미와 겨로 끼니를 이으며 함께 고생을 했던 아내라는 뜻이다. 겨는 잘 알다시피 ‘곡식을 찧어서 벗겨 낸 껍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게미는 무엇일까.
지게미도 겨와 마찬가지로 곡식에서 비롯된 말이다. 지게미는 ‘술을 거르고 난 찌꺼기’로, 술지게미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먹을 것이 귀했던 예전에는 술을 거르고 난 후, 남은 지게미를 먹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 속담에 “막걸리 거르려다 지게미도 못 건진다”는 말이 있다. 이는 큰 이익을 보려다가 도리어 손해만 보았을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실 술을 거르고 남은 지게미와 쌀겨는 껄끄러워서 그것을 먹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조강지처라는 말 속에는 끼니를 잇는 것조차 힘들만큼 어려운 시절, 고생을 함께 했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한편, 지게미는 ‘술을 많이 마시거나 열기가 있을 때 눈가에 끼는 눈곱’이란 뜻도 있다. 한용운의 소설 ‘흑풍’을 보면 “입에서 술내가 나고 눈에서 지게미가 나오면서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을 하였다”는 문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