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현 제도가 다른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지난달 25일 헌재 결정에 대한 시각장애인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맹학교 학생과 학부모들까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전국 12개 맹학교에는 1454명의 시각장애 학생들이 다니고 있고, 이들은 졸업 후 거의 안마사로 취업한다.
서울맹학교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 등 250여 명은 7일 오전 신교동 서울맹학교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헌재결정이 무효화될 때까지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경복궁역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7일 이후 서울맹학교 고등부 학생들은 2주 정도 수업을 거부하며 교문 앞 투쟁을 전개했지만 지금은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오경훈 학생회장(고3)은 “학생들은 진로문제로 고민하면서도 농성으로 인한 수업결손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헌재판결이 바뀌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입법 등 후속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맹학교 중고등부학생자치회는 13일 ‘장애인도 사는 사회 그것이 평등이다’는 현수막을 학교에 내걸었다.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은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마저 짓밟은 헌재 판결 취소하라’는 취지의 대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난경 학부모는 “현 안마사 규칙이 비장애인들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면 시각장애인들의 자유와 권리는 도대체 어느 나라 법에 호소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는 복권판매업, 전화교환원, 자판기 운영 등을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국가적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졸업 후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직업교육프로그램과 사회적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헌재 결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하는 김기창 교장은 “안마를 배워도 제대로 취업하지 못할 것이라는 좌절감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설득해 수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선진국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우호적 차별은 허용하고 있다”는 이유훈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은 “보건복지부에서 특위를 구성해 대체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