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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고입학군 조정 실현 가능성은?

서울시 교육청이 추진 중인 고입학군 조정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국대 박부권 교육행정학과 교수는 서울시 교육청에서 연구용역을 받아 작성한 '서울시 후기 일반계 고교 학교 선택권 확대 방안' 보고서를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중학교 3학년생들은 일반계 고교에 먼저 지원한 후 추첨 배정받는 '선(先) 지원ㆍ후(後)추첨' 방식으로 고교에 진학하게 된다.

이 보고서는 ▲ 1안 = 단일학군과 일반학군 각각 2회 선택 ▲ 2안 = 중부학군(공동학군)과 단일학군, 일반학군 각각 2회 선택 ▲ 3안 = 통합학군 3회 선택 ▲ 4안 = 일반학군과 통합학군 각각 2회 선택 기회 제공 등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단일학군은 서울 전체 고교, 중부학군은 도심 반경 5km 이내 학교와 용산구 소재 학교를 합친 37개교, 일반학군은 현행 11개 학군, 통합학군은 인접한 2개 학군을 묶는 개념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군조정 문제에 대해 전혀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라며 " 이 결과를 토대로 내일 공청회 등을 통해 광범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장기적으로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학군조정' 어떻게 나왔나 = 학군조정이 논란거리로 부상한 것은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작년 8월 국회에서 부동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답변을 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부총리는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의 학군조정 검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긍정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좀 넓혀주기 위한 방법으로 평준화지역에서 학생들에게 선(先)복수지원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나서 추첨 배정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 부분을 우선 확대 시행하면서 학군을 조정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으로 서울시 교육감, 교육위원회와 함께 협의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하루뒤인 24일에는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언급된 학군 조정 문제와 관련, 원칙적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고 부연하면서 발언의 수위를 낮췄다.

특히 같은달 25일에는 학군조정 문제를 직접 관장하는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검토하지도 않고 계획도 없다'고 말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공 교육감은 당시 "(현재 11개 학군을 통폐합하는) 학군광역화는 검토하지도 않았고 계획도 없다"며 "선 복수지원, 후 추첨고교 대상지역인 공동학군을 확대해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연구용역 보고서 내용은 = 1안은 서울지역 전체 고교 중에서 학생이 희망학교 2곳을 지원토록 한 후 1지망 학교에 10∼20%를 추첨 배정하고 정원을 못 채우면 2지망 학교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탈락한 학생들은 거주지 소속 학군의 희망학교 2곳에 정원의 20∼40% 범위에서 추첨 배정된다.

지원한 4개 학교에 모두 탈락한 학생들은 인접한 2개 학군을 묶은 통합학군 내에서 성적과 통학 거리 등을 고려해 추첨 배정한다.

2안은 1안 절차에 앞서 도심 반경 5km 이내 및 용산구 관내 37개교를 대상으로 한 현행 중부학군 학교 중 2곳에 우선지원 기회를 준다. 중부학군을 희망하지 않거나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은 다시 1안의 절차를 밟게 된다.

1안과 2안은 강남 부동산 값 상승을 어느 정도 막는 효과가 있지만 평균 통학 거리가 멀어지고 선호학교 인근 학부모들의 반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3안은 북부-동부, 강동-강남, 중부-남부 등 인접한 2개 학군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19개의 통합학군이 생긴다. 통합학군 내에서 3지망까지 쓰게 해 일정 비율로 정원을 채우고 3차까지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은 성적과 통학 거리 등을 고려해 통합학군에 일괄 추첨 배정한다.

그러나 통합학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4안은 거주지 소재 일반학군 및 통합학군의 희망학교 각 2곳을 지원하게 하는 방식이다. 일반학군 희망학교에 우선순위를 두고 지원하는 것으로 선호학교 인근 학부모의 반발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평균 통학 거리와 지원학교 탈락 학생의 통학 거리는 가장 짧을 것으로 보이지만 학교 선택권 확대 효과는 가장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4개 방안의 공통점은 학교선택권을 다소 확대해주자는 것이지만 교육당국이 쉽게 선택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교육계 주변의 시각이다.

선호학교의 일정비율을 다른 지역 학생에게 배정하게 되면 그만큼의 해당 학교인근 거주 학생들이 다른 지역에 있는 학교로 통학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학군을 다른 강북지역 학생에게 개방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강남학군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어고교 등 특목고 입시 지원경향을 보면 학생들이 집에서 통학시간이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외국어고교를 외면하고 집 근처에 있는 학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 교원단체 등도 반대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런 연구용역결과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총 한재갑 대변인은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진정으로 확대하려면 이런 형태의 학군조정보다는 현행 고교 평준화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를테면 사립고교에 대해서는 학생선발권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변인은 "이런 미봉책같은 학군조정이 이뤄지면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선호학교와 비선호학교 구도가 고착될 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큰 혼란만 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이금천 정책실장도 "서울시 교육청의 학군조정 연구용역안의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에 평가할 의미가 없다"며 "학교선택권이 어느정도 보장된 현행 선복수지원ㆍ후추첨 대상 학군내에서도 선호하는 학교는 경쟁률이 5대 1가량으로 높기 때문에 학교선택권 보장이 거의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시교육청이 이런 형태의 학군조정방식으로 접근하게 된다면 선호학교는 소수화되고 비선호학교는 다수화될 것"이라며 "결국 모든 학교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만이 학교선택권을 넓혀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인 정봉주 의원도 "현재 교육선택권이 제대로 갖춰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학군조정을 통한 학교선택권의 확대는 큰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반면 교육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이군현 의원은 인접한 학군을 2개씩 묶어 통합학군을 만들거나 서울시 전체를 단일학군으로 한다는 것은 학교선택권의 확대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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