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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현장 모르는 교사… 실기 지도 능력 검증방안 마련 시급

② 변화의 핵은 교사

시·도교육청으로 예산・연수권한 위임 이후 실업계고
교사위한 역량지원은 일반고 대비 상대적 큰 폭 감소

현 학부체제 ‘전문교과 교원 양성 대학원’과정 전환해
전문교과 심화교육은 계열 상관없이 대학원서 실시를


업계 고교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 중의 하나로 일선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의 역량을 한층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높은 수준의 교사만이 급변하는 지식·기술 발전에 제대로 적응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실업계고 교사들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은 교수·학습 방법 관련 역량, 전문교과 관련 역량, 산·학 연계·운영 관련 역량, 학급운영 및 진로·생활지도 관련 역량으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교수·학습 방법과 관련해선 교수·학습 방법 능력, 학습 부진아를 대상으로 수업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 수업에 필요한 자료의 준비·제작능력, 수업결과를 학업성취도와 현장 직무능력과 관련하여 평가할 수 있는 능력, 컴퓨터 및 새로운 매체의 활용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학습 부진아를 대상으로 수업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은 일반계 고교에 비해 학습 부진아 비율이 높은 우리의 현실상 매우 중요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5년 12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실업계 고교 담당 장학사·장학관과 전국 729개 실업계 고등학교 교사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교사들의 57.5%가 이 능력이 별로 높지 않다고 인정하고 있다.

전문교과 관련해서는 전공학과 교육과정 개발능력, 담당 전공교과에 관한 전문적 지식, 담당전공교과에 관한 기술적(실기)능력, 실험・실습 계획 수립 및 실습장 조직・운영 능력, 필요에 따라 부전공 교과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산학 연계·운영에선 현장실습을 계획 지도 평가할 수 있는 능력, 학생의 기술자격 취득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 산학협동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 산업 현장의 최신 지식과 기술을 수집・분석하여 담당교과 교육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 직업교육 분야 동아리를 조직・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산학협동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 ‘산업 현장의 최신의 지식과 기술을 수집・분석하여 담당교과 교육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교육적 요구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끝으로 학급운영 및 진로·생활지도와 대해선 생활 지도 능력, 담당 학급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 학교 공무를 신속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진로지도 능력, 자기개발 능력이 요구된다.
∎ 현행 실업계고 교사 교육의 문제점=실업계 고교 교사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우선 현업에서 느끼는 교사 교육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현직 교사들과 담당 장학사·관들 모두 산업체 현장실습 기회의 부족과 실험·실습교육의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실업고 전문교과 교사 양성 교육의 문제점으로 산업체 현장실습 기회의 부족(24.4%), 실험·실습교육의 부족(22.3%), 우수한 학생 유치의 어려움(17.0%), 학교 현장실습 기회의 부족(13.0%), 교육내용이 부적절함(12.9) 등을 들고 있다. 장학사·관도 실험·실습교육의 부족(32.4%), 교육내용의 부적절함(24.3%), 산업체 현장실습 기회의 부족(21.6%), 우수한 학생 유치의 어려움(10.8%) 등을 들고 있다.
교직임용 후에 행해지는 현직교육의 문제점으로는 학교 현장의 요구와 산업 현장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지나치게 강의식·이론 중심으로 진행되고 산업체 현장 연수 과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교육내용이 교사 및 학교 현장의 요구와 괴리(25.3%), 교육내용이 산업 현장의 요구와 괴리(19.2%), 강의 중심의 교육방법(15.3%), 산업체 현장 연수 과정 개설 부족(14.3%), 이론 중심의 교육내용(13.9%) 등을 문제점으로 느끼고 있다. 장학사·관의 경우에도 교육내용이 교사 및 학교 현장의 요구와 괴리(26.3%), 강의 중심의 교육방법(18.4%), 이론 중심의 교육내용(15.8%), 산업체 현장 연수 과정 개설 부족(15.8%), 교육내용이 산업 현장의 요구와 괴리(13.2%) 등을 언급하고 있다.

반면, 주요 선진국에서는 [그림]에 제시된 바와 같이 직업교육 교사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산업체 현장 경력을 중시하고 있고, 양성 과정에서 산업체 현장 실습과 학교 현장 실습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산업 현장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delivery)하기 위한 교수·학습과 관련된 역량 강화를 중시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주요 선진국에서는 직업교육 교사들에게 산업체와 학교 현장 실무 중심의 수요자 밀착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공지식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교수·학습 방법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 실업계고 교사의 역량 강화 방안=이상에서 논의된 것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실업계고 교사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자. 우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사회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반영하기 위하여 농업계, 공업계, 상업계, 가사·실업계, 수산·해운계 등 계열 또는 학과로 경직되게 구분되고 있는 교사 양성 과정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문교과 교사를 양성하는 현행 학부 체제를 ‘전문교과 교원 양성 대학원(가칭)’ 과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공 내용과 관련된 교육은 일반 대학에서 실시하고, 전문교과 교육과 관련된 심화된 교육은 계열에 상관없이 이 대학원에서 실시하자는 것이다. 임용체계 및 승진·보수 체계는 보통 교과 교사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후속 대책들을 마련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산업 현장 변화를 즉각적으로 수용하고 다양한 분야의 교사를 적시에 양성할 수 있는 전문교과 교사 양성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실업계 전문교과 교사의 임용 자격기준을 산업 현장 경험과 해당 분야의 국가기술자격을 중심으로 다시 설정해야 한다. 입직 단계 이전의 산업체 현장 경력을 기본 임용 자격 기준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림]에서 살펴본 미국이나 프랑스 등의 외국 사례를 기준으로 볼 때 학위취득 여부 및 기간, 전공,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의 직급 및 기술 숙련도 등을 고려하여 3~5년 정도의 산업체 현장 경력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교사 양성 교육 과정상의 산업체 현장실습 및 학교 현장실습을 내실화해야 한다. 현재의 형식적인 산업체 현장실습과 학교 현장실습을 지양해야 한다. 학기 또는 학년을 기본 단위로 학습자의 발달 단계에 따라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내실화하고 실습 시간을 확대하면서 그 시기도 적정화해야 한다.

산업 현장과 교육 현장 경험이 지속적으로 축적될 수 있도록 교사 양성 교육 과정과 향상 교육 과정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사 양성 과정에 이뤄지는 프로그램과 임용 후 교육 기관인 대학 부설 중등교육연수원의 프로그램을 차별화시켜 내용의 중복을 피하는 동시에 계속성을 고려한 연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산업체 현장 연수에 대한 의무와 규정을 마련해야 하며 연수 실적과 평가 결과를 교원 평가와 연계 할 필요가 있다. 현직 교육이 단순히 승진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수업내용의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전문교과 교사는 3~5년을 주기로 의무적으로 산업체 현장 연수를 비롯한 각종 연수에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직무 향상 교육과 이를 지속적으로 환류(feed-back)시켜주는 교원 평가 제도를 연계시켜 질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조적인 변혁을 시도하여야 한다.

실업계 고교 교사 양성 기관 및 연수 기관에 대한 인증제를 실시하여 평가를 통한 행·재정적 지원의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교사 양성기관과 연수 기관에 대한 질 관리 체제를 확립하도록 ‘교직발전종합방안(교육인적자원부, 2001)’에서 제안한 ‘교원 양성·연수기관 평가인증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산학겸임교사로의 임용 활성화 및 보수의 현실화를 통해 산학연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겸임교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일정 비율 이상을 교원 정원 내에서 임용하거나 또는 정원 외에서 산업체 경력자를 산학겸임교사로 임용·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우수 산업체 경력자를 실업계 고교 교사로 임용하는 것은 실업계 고교 체제 개편이나 학과 개편에 따른 부족 교사를 충원하는 기능과 함께 산업 현장에서의 생생한 기술을 학교 교육에 접목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우수 산업체 경력자 채용을 위해 실업계 고교 교사 자격 및 임용 제도를 유연화 시켜야 한다. 현행 교원 임용 제도의 단점 가운데 하나로 실업계고 전문교과 교사에게 있어서 실기 지도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검증하거나 우대하는 방안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이에 따라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관련 분야 대학을 졸업하고 산업체 현장에서 일정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사 임용후보자로 선발, 교직과정에 해당하는 연수 등의 과정을 거치도록 한 후 학교 현장에 배치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끝으로 실업계고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관련 산업체의 행·재정 지원이 매우 절실하다. 정부와 산업체는 사회변화에 따라 실업계 고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교사 교육을 위한 지원에는 인색한 경향이 있다. 시·도교육청으로 실업계 고교 관련 예산과 교원 연수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위임된 이후로 보통 교과 교사에 비해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실업계고 교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병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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