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교육부에서 각급학교 주5일 수업제의 전면시행을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가 포착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새 교육과정이 시행되는 2009년부터 전면 시행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더 멀리 2011년부터 전면 시행하는 의견까지도 제시된 상태다. 교육부는 공청회를 통해 2008년 시행안도 함께 검토하겠다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를 접하는 교원들은 당혹감과 실망감을 함께 느끼고 있다.
문제는 주5일 수업제의 전면시행을 위해 교육과정을 개정했다고는 하지만 적용시기가 2009년이라는 데에 있다. 이미 주5일 수업제 도입이 예견됐고, 지난해부터는 부분적이나마 주5일 수업제가 시작됐음에도 뒤늦게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은 수차례 조기시행을 요구해 온 교육계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직무를 유기했고 도리어 새 교육과정을 주5일 수업을 늦추는 방편으로 이용하는 행태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주5일 수업제와 교육과정 개정이 큰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더라도 모든 학교급에서 동시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는 동시에 적용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동시 적용이 쉽지 않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학습내용의 학년 이동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과목에 따라서는 학습내용을 학년 이동시킨 경우도 있다. 따라서 동시에 적용할 경우 1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에서는 학생들이 전혀 학습하지 못하는 부분이 나올 수도 있다. 결국 그 학생들은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한편 새 교육과정에서는 주당 2시간 정도의 수업감축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부터 1시간 감축이 되었는데, 여기에 1시간이 더해질 뿐이다. 현재상황과 전면시행시의 차이는 수업시수 1시간 을 더 감축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굳이 2009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현재보다 1시간을 더 감축 할 수 있는 여지는 2009년 이전에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9년 전면실시를 내세우는 또 다른 명분은 주40시간 근로자의 비율이 2009년 이후에야 50%이상으로 확대된다는 예상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나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는 2009년에도 주5일 근무제를 전면 실시한다는 보장이 없다. 필요에 따라 주5일 근무가 가능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 분야까지 포함해 기준으로 삼는 것은 명이 약하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부모가 출근하고 학생만 남을 경우를 우려하지만, 이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이다. 무조건 학교에 떠넘기는 식의 논리는 시대의 흐름으로 볼 때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특히 교육부에서 2006학년도에 월 2회 토요휴업일 운영을 밝히면서 시도교육청의 역할도 함께 제시했는데, 지역사회의 활용 가능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제공을 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시도교육청에서 각급학교 별 토요 프로그램이나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모범적인 운영 모델을 제시하는 등 주5일 수업제 정착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 된다.
한편 주5일 수업제의 부분 실시로 인해 교장과 교감, 특히 교감은 똑같은 교원이면서 토요 휴업일마다 근무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금까지는 교감으로써 사명감 때문에 불평 없이 근무하고 있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주5일 수업제의 전면시행은 최소한 2008학년도부터는 시작돼야 한다. 여러 가지 변수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2009년이 돼도 학부모의 요구 등 제반여건이 크게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육행정기관의 주5일 근무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음에도 학교가 계속 주5일 수업에서 배제되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주5일 수업제의 전면시행을 위한 선행조건은 있다. 수업시수의 추가 감축과 여건개선이다. 6일에 실시하던 수업을 5일 만에 하려면 당연히 수업부담이 늘어난다. 이에 대한 대책을 비롯한 여타의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