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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북카페>“교사들이여, 제발 할 일을 하라!”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로테 퀸 지음/ 황금부엉이


“쉿!” 초등학교 입학식 날. 교장인 도로테아 여사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왼손을 둥글게 말아 귀에 대고 오른손으로 마이크를 감싸 쥐며 말을 시작한다. “지금 많은, 아주 많은 심장이 뛰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군요….”

강당 안은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교장의 감동스러운 연설이 시작되려는 찰나. 그러나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저자는 화가 났다. 아이 넷이 입학할 때마다 교장은 똑같은 연설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이 책은 엄마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교사들에게 열 받은 사연을 적나라하게 적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아닌 독일 이야기지만 등장하는 교사와 에피소드들이 실존 인물과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읽는 이에게 더 충격적으로 와 닿는다.

독일은 2000년과 2003년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순위에서 자국 학생들이 OECD 회원국들 가운데 하위를 기록하자 충격에 휩싸였다. 국민들의 실망감은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과 전면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로 표출됐다. 특히 교육제도뿐 아니라 교사들에 대해 그 안에서 안주하며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책은 이런 독일사회의 분위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교사야말로 교육 실패의 가장 큰 주범일 수 있다고 비판한다. 교사들이 아이들의 배움의 길로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망치고 있다고 일갈한다. 대체 교사의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일까. 책은 '나쁜 교사'의 유형을 7가지로 정리한다. △ 의무보다 권리를 생각하며 불평불만만 늘어놓고 △남의 탓만 하며 자기비판을 할 줄 모르고 △ 마음 내키는 대로 막말을 하고 △ 학부모들을 교육 파트너가 아닌 막일꾼으로 부려먹고 △ 학교라는 철옹성 속에 안주하고 △ 무엇 하나 제대로 가르치는 게 없으며 △ 심지어 아이들을 싫어하기까지 한다고.

줄줄이 실수가 나오는 아이들의 맞춤법. 자연 상태서 관찰 가능한 거미와 딱정벌레를 고작 비디오 시청으로 그치는 생물시간. 그것도 6주 내내.(64쪽) 3주 후에나 되돌려주는 시험지. 늦게 교실에 와서 일찍 나가는 교사. 학부모들이 전화할까 봐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교사들.(116쪽) 아이들 이름을 모르는 교사들은 “이봐, 거기 너!”라든가 “거기 그 줄 오른쪽, 그래 너!”라고 말한다.(115쪽)

교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적이고 구속력 있는 기준은 없다. 그 결과 좋은 교사와 나쁜 교사 사이의 편차는 점점 커진다. 훌륭한 교사를 만나려면 상당한 행운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직접적으로 시달리는 것은 학생들이다. 인생에서 가장 예민하고 민감한 나이에 학생들은 변덕스런 교사들의 손에 맡겨진다. 그들은 당일 컨디션과 취향에 따라 행동하고, 때로는 자제력을 상실하거나 아예 무관심한 표정을 짓는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리는 거라고?(55~56쪽)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 입구 위에 쓰여 있던 글귀를 오늘 날에는 모든 교문 위에서 읽을 수 있다. “여기에 들어서는 자는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37쪽)

교사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이렇게 독하고 모질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배움의 길로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망치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사들이여, 학부모들이 봉기하기 전에 정신 차리라! 그리고 제발 할 일을 하라!”

좀 지나치다 싶은 면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교사에 대한 그녀의 비판을 독일이 아닌 이 땅의 교사 역시 새겨들을 만한 까닭은 사실 아주 단순하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그만큼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 저자가 강조하듯 아이들에게 교사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교사 때문에 어떤 과목을 좋아하게도, 싫어하게도 되고, 그것이 한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기도 하니까. 발칙하고 격렬한 수많은 비판 뒤에 숨어있는, 그녀가 교사에게 간절히 바라는 바도 바로 이 것이다.

“인격과 안정된 자아를 가졌기에 저항 능력이 없는 학생들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교사들. 일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과 안목을 지닌 교사들. 그런 교사가 있기는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드문가. 이런 교사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따를 학생들은 무한히 있는데….”(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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