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1일 발표한 '교육지원 4개년 계획'은 서울시가 직접 교육 환경 개선에 나서겠다며 처음으로 마련한 교육지원 정책이다.
◇ 배경 = 교육 자치 기능은 일반 자치와 분리돼 각 시.도 교육청 소관이어서 광역자치단체는 교육 사업을 벌일 법적 근거가 없다. 교사 임금 등 각종 예산을 확보해 교육청에 이관해주는 게 고작이었다. 다만 자치구 등 기초자치단체는 학교를 지원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러다 보니 재정 여건이 좋은 자치구의 학교는 교육 환경이 더 좋아지면서 자치구 간 교육 환경 격차가 심화돼 온 것.
이에 따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올 초 "'교육지원 조례'를 제정해 매년 시세(市稅)인 취득.등록세 세입의 1% 정도를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교육지원 계획은 이 전 시장의 구상을 오세훈 시장이 물려받아 구체화한 것이다.
오 시장은 7월 '교육지원 조례'를 만들어 매년 약 525억원(취.등록세의 1.5% 이내)의 교육지원 재원을 확보하고 9월에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교육기획관'을 신설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를 밟아왔다.
다른 지자체로는 경기도가 가장 앞장서 2003년부터 도교육청 등과 협의해 일부 교육 사업 예산을 분담해 왔고 그 근거가 될 조례도 올 초 마련해 운영 중이다.
◇ "학교시설 개선하고 자사고 세우고" = 교육지원 조례를 근거로 지원될 재원의 초점은 강남.북 간 교육 격차 해소에 맞춰져 있다.
학교 시설 개선, 교육 프로그램 지원, 명문고 설립 등의 각종 지원책으로 강북의 교육 환경을 '업그레이드'한다는 목표다. 4년간 모두 1조4천142억원을 쏟아부을 예정으로, 항목별로는 ▲교육 격차 해소에 1천890억 원 ▲우수인재 양성 사업에 209억 원 ▲자립 사립고 부지 매입에 1천375억 원 ▲청소년 안전.복지 프로그램에 1조668억 원 등이다.
교육 격차 해소 부문에선 학교 환경.시설 개선이 중점 추진된다.
노후 책걸상을 교체(초.고교 644개 교 대상.중학교는 올 2월 완료)하고 화장실을 개선(초.중.고 366개 교)하는 데 각각 533억 원, 772억 원을 앞으로 4년간 투입한다. 교실 조도 개선이나 냉.난방 설비 개선, 컴뷰터 보급, 학교 주변 유해환경 정화 등 기타 시설 개선에도 276억 원이 배정됐다.
지원 대상은 교장.교사.학부모 등이 합의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시 교육지원심의위원회가 심사해 결정하되 재정.시설 여건이 열악한 곳에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사교육비 경감, 지역 간 학업성취도 격차 해소 등을 위해 학업성취도 향상 프로그램에도 3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채용하도록 돕고 방과 후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는 등의 방식이다.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은평.길음 뉴타운지구 안에 자사고 2곳을 신설하고 아현 뉴타운 등 도심공동학군 내 1학교를 자사고로 전환할 계획이다.
은평.길음 뉴타운의 자사고는 당장 내년에 1천374억여 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한다.
또 서울과학고를 정원 360명 규모의 영재학교로 전환하고 글로벌리더 양성을 위해 국제기구 주최 청소년 행사나 국제회의.포럼 등에 참여할 경우 항공료.체제비 등을 지원하는 '글로벌 리더 양성 프로그램'도 새로 마련된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저소득층 중.고생 100명을 뽑아 기숙사 비슷한 '서울학사(學舍.가칭)' 입주 기회를 준다.
서울 동.서부에 1곳씩 마련될 서울학사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학업에만 전념토록 하기 위한 시설로 장학금 지원, 대학생 멘토링 실시 등의 특전도 추가로 줄 계획이다.
서울시가 역점 추진 중인 관광.문화.컨벤션.디자인.패션 분야의 특성화고에는 첨단 기자재 확충, 중소기업 현장 실습 등을 지원해주고 서울시 기능경기대회 입상학교에도 시설 현대화 비용을 지원한다.
◇ "복지.안전도 개선" = 교육지원 조례에 근거한 사업 외에 일반 예산을 통한 교육 환경 개선사업도 벌인다.
시내 초등학교 568곳 전체에 4년간 284억 원을 들여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고 급수시설이 노후된 630개 교에 350억 원을 투입해 음용수 전용배관(208㎞)을 신설하고 음수대 1만여 개를 설치한다.
풍납.수유 2곳에서 운영 중인 영어체험마을을 2010년까지 서부권에 1∼2개 추가한다.
이 밖에 학교 담장 개방.녹화 및 생태연못.자연학습장 조성 등 녹지공간 확충(2006년 100개 교→2010년까지 400개 교), 야간조명시설 설치(53→200개 교), 인조잔디 축구장 조성(11→58개 교), 학교.주민 공동사용 체육관(54→116개 교).주차장(11→20개 교) 확충 등도 추진된다.
◇ 향후 계획 = 시는 이달 중 교육지원 조례에 따른 교육사업비를 어떻게 쓸 것인 지를 다룬 '교육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 1월까지 사업계획을 공모해 2월 중 교육지원심의위의 심의를 통해 지원 대상 학교와 사업, 규모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