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연합·WITH 등 수 십여 개
학교 비리·교사 비난 폭로 쏟아져
두발규제 철폐·인권찾기 운동 확산
"반항 아니라 구조신호로 받아들여야"
인터넷 세대인 중·고생들의 `교육 틀 깨기' `인권 찾기' 운동이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교사,
학교, 정부 앞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맘껏 내지 못한 이들은 가상공간에 소위 `안티스쿨(anti-school)' 사이트란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
놓았다. 그리고 자신들을 억누르고 있는 불합리한 교육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학교, 교사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수 십여 개를 넘는 이들 안티스쿨 사이트에는 교사 폭력, 성추행 등 학교 내 비리를 구체적으로 고발하는 학생들의 투서와 학생 인권 보장,
두발 규제 철폐를 주장하는 수 만 건의 글이 올라와 학생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제도권 교육의 입장에서 보면 그 정도가 가히 학교, 교사에
대한 `인터넷 반란'이라고 할 만하다.
이 중 대표적인 사이트는 전국 중·고등학생연합(
http://get.to/students)과 청소년 웹 연대인
`with'(with.ch10.com).
`인권'과 `교육개혁'을 목표로 준비위원회가 발족한 전국 중·고등학생연합은 11개 시·도 지부에 21개 학교분회를 두고 정식회원만 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거대 학생조직이다.
이들은 홈페이지 `게시판' `청소년 의회' 등을 통해 교사 폭력, 성추행 등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의 글들을 올려 놓으면서 두발규제, 고교
등급제, 입시제도 등 교육 정책에 대한 또래 집단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순수한 웹 모임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연합은 지난달 7월26일부터 명동 한복판에서 갖고 있는 `두발 규제 폐지' 거리시위로 더 유명하다. 또 7월7일에는 서울 대학로
흥사단 대강당에서 교육 전문가들과 `두발 규제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이라는 토론회를 여는 등 현실 공간에서의 조직적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결국
인터넷은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활동역량을 증폭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표 장여진(17)씨는 "두발 규제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상징적인 행위로 꼭 없어져야 한다"며 "인터넷은 인권을 지키고 교육을, 세상을
바꾸려는 학생들을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올해 학생연합은 각 학교의 학생인권상황을 평가하는 `학교인권지표'를 개발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유엔에 보고하고
대표자를 유엔회의에 파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와 달리 `with'은 `두발제한반대서명운동사이트(www.idoo.net/nocut)'를 개설·운영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모아 청와대와 교육당국에 전달하는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6만2000여 명의 학생, 일반인으로부터 두발규제반대 서명을
받은 `with'은 서명부와 탄원서를 2차에 걸쳐 청와대 등에 전달했다. 탄원서에서 이들은 "인권 침해라 할 수 있는 두발 제한을 철폐하고 그
시행 방안을 교사, 학생, 학부모가 민주적으로 정하게 하는 법적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교사의 과도한 체벌과 성추행 등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요구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2학기부터 두발·복장 문제를 학교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개정하라'는 권고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안티스쿨 사이트 중에는 학생연합이나 with과 달리 대안 제시나 실천보다는 입에 담지 못할 욕이나 비난만을 가하는 극단의
사이트도 존재한다. `아이헤잇스쿨(www.ihateschool.net)과 `엔시팔(
http://n18.corea.to)'은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화풀이 사이트.
홈페이지를 띄우면 `f**king teacher'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엔시팔 사이트의 `비리고발' `학교비리폭로' `선생들의 짓거리'
`우?열?조끼네' 란에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얘기들이 올라와 있다. `대기업 취직을 미끼로 3학년 언니들을 협박해 관계를 요구하는 솀들이 많아요'
`사랑의 매! 웃기고 있네. 너가 맞아볼래' `니가 선생이냐? 꺼져라, 더럽다' 정도는 애교수준이다.
`친구 찾기' 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www.iloveschool.co.kr)'의 안티사이트인 아이헤잇스쿨은 하루 1000명의 학생이 방문한다.
공식적으로 욕이 허용된 `A18'란 `교실이데아'란에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으로 가득하다. 450여 건의 글 모두가 `*같은
시골학교' `쓰발 따 시켰다고 까네' `울 학교 존나 **뇬' 등 입에 담기도 힘든 욕으로 도배될 정도다. 그리고 `또래상담'란에서는 자퇴를
결심한 학생들의 심정토로와 또래들의 격려가 이어져 학생들의 탈학교 성향이 확산될 우려조차 있다.
이런 안티스쿨 사이트는 학생들이 익명으로 손쉽게 홈페이지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들 사이트를 방문한
교사들은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한 교사는 "너희를 이해하지만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수 십
명의 학생에게 갖은 욕설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학생이 다소 과격하고 일탈적인 행동을 할지라도 그것이 학교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한국청소년개발원 윤철경 연구위원은 "학생들의 욕과 비난을 일탈로 간주해 억누르기보다는 왜곡된 학교 현실을 바라 잡아 달라는 구조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스스로 무엇을 고쳐야 할 것인가를 제도권 교육과 기성세대는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조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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