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한데 모여 풍성한 수확을 즐기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추석. 세계적으로도 수확의 계절인 이맘때면 우리의 추석과 같은 명절을 쇠거나 기념행사가 열린다. 이름은 제각각 다르지만 `수확, 감사, 조상, 가족, 휴식'등 키워드는 비슷하다.
미국-추수감사절 연휴 3500만명 고향길 미국판 추석인 추수감사절은 11월 마지막 목요일부터 시작된다. 감사절 연휴기간 귀성인파는 줄잡아 3000∼3500여 만 명.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며 4500여 만 마리 칠면조가 '대학살'을 당한다. 감사절 날 백악관에서 칠면조 한 마리를 놓아주는 것은 이에 대한 일종의 '애도' 표시인 셈. 추수감사절은 17세기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발을 들이며 비롯됐다. 어렵게 정착한 이들이 신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그들이 먹었던 음식은 칠면조와 옥수수 빵, 감자, 호박파이 등이었다.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르는 요리는 뜨겁고 양이 넉넉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가족들은 3번 이상 식사를 하고, 접시를 깨끗이 비우는 것이 예의로 통한다. 추수감사절은 연중 가장 풍족한 시절. 감사절 다음날을 '검은 금요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백화점 등의 '흑자대목'을 빗댄 것이다. 이날은 또 고교시절 연인사이였던 남녀 동창생들이 가장 많이 헤어지는 날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새 애인을 만난 학생들이 고향에 돌아와 옛 애인에게 작별을 고하기 때문이다.
중국-둥근 월병 먹으며 가족 화합도모 중국인들은 우리와 같은 날 추석을 쇠며 '중추절(중치우지에)'라고 부른다. 분위기는 설날인 춘절(춘지에)만 못하고 전국적인 귀성행렬도 없다. 대표적 음식은 월병(위에빙)-해바라기씨 호박씨 등을 꿀과 버무린 것-으로 중추절 즈음엔 시내 상점마다 각종 월병 선물세트가 가득하다. 중국사람들은 중추절을 '둥글다'고 표현한다. 달도 둥글고, 월병도 둥글며, 가족들도 둥글게 둘러앉는다. 가족의 단결과 화목 도모를 위해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한약 건강식품 겨울옷 등이 인기다. 중국의 중추절은 공휴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쉰다. 요즘에는 가족끼리 쇼핑을 하거나 휴가기간을 이용해 여행 을 즐기는 '레저족'도 등장했다.
일본-`오봉'때 제사…부모에 생선선물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는 '오봉'은 일본식 추석이다. 기간은 7월13∼16일. 13일은 '(조상을)맞이하는 분'이며, 15∼16일이 '보내는 분'이다. 가정에서는 조상을 맞기 위해 불단 등을 청소한다. 오봉기간 4일은 전국적으로 쉰다. 이 기간중 일본인 6명중 1명 꼴인 2000만 명이 고향방문 성묘여행 등을 한다. 또 하나의 관습은 고향 부모들에게 생선을 보내는 '이키미타마'. 19세기말부터 출세를 위해 선물 보내는 것으로 변질돼 고도 성장기 때 회사 간부 집에는 빈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키미타마가 본 모습을 되찾은 것은 90년대 초. '선물 보내야 하는 대상' 1위에 부모가 올랐으며 회사간부는 친척, 친구에 이어 4위로 밀렸다.
프랑스-카톨릭축일 `투생'…무덤에 헌화 프랑스 가을 명절로는 카톨릭 축일인 '모든 성인의 축일'이 있다. 11월1일로 '투생'이라 부른다. 온 국민이 함께 즐기는 습속은 없다. 학교는 '투생'을 전후해 약 2주간의 방학에 들어가고 박물관을 제외한 공공기관은 문을 닫는다. 직장인들은 당일 하루를 쉰다. 투생 때 사람들은 가을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사는 투생 특별상품으로 호객하고, TGV는 증편된다. 투생 때 빼놓지 않는 행사는 고인의 무덤에 꽃을 바치는 일. 이 날 파리의 대형 공동묘지(페르 라셰즈, 몽마르트, 몽파르나스 등)의 묘에는 꽃다발이 쌓인다. 투생이 미국으로 건너가 '할로윈'이 됐다.
독일-포도주·맥주축제 벌여 한해농사 감사 독일의 '추수감사제'는 지역별 축제 형식으로 열린다. 포도 감자 밀 맥주 호프 등 특산품이 생산되는 각 지역에서는 한 해 농사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동네축제'를 연다. 포도가 많이 나는 독일 라인강과 마인강, 모젤강 일대에는 7∼10월 에 각종 포도축제들이 열린다. 이중 모젤와인 산지에 있는 베른카스텔-쿠에스(9월상순), 라인프팔츠 와인산지인 바트 뒤르크하임(9월중순)과 노이슈타트(10월상순)의 포도주 축제는 고전의상을 입은 사람들의 행렬에다 규모도 커서 독일각지로부터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10월 상순에 열리는 뮌헨의 유명한 10월 맥주축제(옥토버페스트)도 일종의 추수감사제다.
러시아-친척들 모여 보드카 돌리며 성묘 러시아의 '성 드미트리 토요일'은 우리의 추석과 유사하다. 11월8일 직전의 토요일이면 가까운 친척들끼리 모여 햇곡식과 햇과일로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며 조상에게 성묘한다. 주요 의식은 햇곡식으로 빚은 보드카를 한 잔씩 돌리며 조상의 공적을 회상하는 것. 묘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새들에게 햇곡식을 모이로 던져주는 풍습도 있다. 이 날은 1380년 돈강유역에서 몽골군을 대파한 드미트리 돈스크공이 11월8일 전사자를 추모하는 모임을 가진데서 유래했다. 러시아 정교회가 이날을 '성드미트리 날'로 정해 전사자와 죽은 조상을 추모하기 시작했다. 그 후 추수감사제의 성격이 더해지면서 점차 민족 명절로 자리잡았다. 이 풍습은 소련정권이 들어서면서 퇴색, 요즘에는 교인들이나 농촌 노인층에 의해 명맥이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교회를 중심으로 부활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서혜정 hjkara@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