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 예산 전체의 12.5%로 일본 24%에 훨씬 못 미쳐
사립대 재원 등록금 비중 70%불구 학생당 공교육비 낮아
지역인재장학금 등 지역대학 진학・취업 시 유인체제 강화
지역특화 산업클러스터 등 대학 지역사업연구 활성화 필요한국의 고등교육은 질적 측면에서 국제수준과 격차가 있다. 2006년 IMD 발표에 따르면 한국 고등교육의 경제적 요구에 대한 부응도는 조사대상 61개국 중 50위로 하위권이다.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재정투자다. 교육재정이 부족하다 말하지만, 지표상 교육재정은 그리 부족하지 않다. 민간재원을 합한 GDP대비 교육재정 부담비율은 7.5%로서 OECD 평균(5.9%)보다 높다. 그럼에도 왜 늘 부족한 것일까? 이는 인건비 및 시설비 부담이 크고, 민간부담이 많을 뿐 아니라 사립학교 재정지원에 있어 별도 재원이 없다는 데 큰 원인이 있다.
특히 대학재정 부족은 심각하다. 전체 교육예산중 고등교육 예산이 12.5%에 불과한데, 이는 일본의 24%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전체 학생대비 20%를 초과하는 고등교육 학생 수 비중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최근 대학재정 지원규모가 증가하고 있으나,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아직 낮은 수준이다. 2003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고등교육비 공부담 투자비율은 0.6%로 OECD 평균인 1.1%에 크게 못 미친다. 또 한국의 고등교육비 공공부담비율은 23%로서 OECD 국가 평균(76%)의 1/3도 안 된다.
민간부담 교육비의 과중은 그동안 한국의 고등교육이 수혜자 부담원칙에 크게 의존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체대학의 86%(학생 수 기준 75%)를 차지하는 한국 사립대학의 재원 중 등록금 비중은 70%에 달하며, 국공립대학 조차 40%를 넘어선다. 이처럼 사부담 재정 비율이 높음에도 학생당 공교육비는 매우 낮다.
학생당 교육비를 기준으로 할 때 중등교육비는 OECD 평균의 약 92%에 이르는 반면, 고등교육비는 63%에 그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중등교육에 비해 고등교육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나, 한국의 경우 비슷하다. 1인당 GDP 대비 학생당 고등교육비 비율 역시 37%로 OECD 평균 43%에 미달한다. 학생당 교육비가 낮다는 것은 한국 대학들이 선진국만큼의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함을 말해준다.
대학재정의 부족은 결국 고등교육 여건의 상대적 낙후를 가져온다. 대학교육 여건의 대표적 지수인 교수 당 학생 수를 보면, 4년제 대학의 경우 37.8명으로서 OECD 평균 14.9명에 크게 못 미친다. 부족한 재정은 대학교육여건의 낙후를 가져오고, 이는 곧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주요인임을 고려할 때 획기적 재정투자 확대방안이 요구된다.
최근 고등교육부문 예산의 절대 규모는 증가 추세에 있으나, 그 비중은 12%대에서 답보상태다. 초·중등교육예산의 주된 재원인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은 2010년까지 내국세의 20%로 증가될 예정이며, 증액된 예산은 방과후 학교와 유아교육분야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초·중등교육예산의 증가는 재원배분이라는 측면에서 고등교육 정부예산의 증가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고등교육보다 초중등교육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온 한국의 교육단계별 배분구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의 근본적 책임은 국가에 있음을 인식할 때 국가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고등교육재정의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학에 대한 재정적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상 혜택을 부여함은 물론 학생 수 비중에 맞는 국고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재정의 궁극적 책임은 대학 스스로에 있음을 고려할 때 대학의 자체 재원확보 방안이 마련되어야 함도 물론이다. 대학등록금의 합리적 책정, 재단과 대학 스스로의 재원확보방안 모색 및 재정운영 효율화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예산의 경직성으로 대학재정에 대한 국고의 획기적 증대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대학등록금을 포함한 개별대학의 자체적 수입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지자체와 민간을 통한 대학재정 확보방안이다. 지자체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이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지역발전을 위한 대학의 위상과 역할이 변화되고 있고, 지역발전의 중추기지로서 대학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지역발전의 능동적 주체로서, 지역의 정체성과 이미지의 제고자로서 지역발전을 위한 네트워크의 중심적 결정체이다.
초중등교육에 대해서는 중앙과 지방이 재정적 책임을 공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고등교육재정은 중앙정부가 책임을 지고 있다. 고등교육 역시 지역주민의 삶, 발전과 관련된 핵심요인이라는 점에서 지자체의 재정적 책임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방수준에서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지원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역대학은 교육, 연구, 봉사의 측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자체의 고등교육 재정투자 확대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지역대학의 가치를 존중하는 공감대 형성 및 확산이 필요하다. 대학은 존재 그 자체로서 지역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자산이다. 대학은 기초연구, 인력양성, 기술창출 및 확산, 기술이전 등을 통하여 지역의 경제적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대학을 중심으로 관련주체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지역혁신체제를 구축, 지역발전계획과 대학발전계획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교육활동을 통한 다양한 협력 및 지원방안이 가능하다. ① 우수고교생이 지역대학 진학 시 대학생활, 졸업 후 대학원진학 등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인재장학금’을 설치하며, 지역대학 진학 및 지역 취업 시 유인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공무원 선발 시 지역출신 인재 일정비율 할당, 기업체에서 지역대학 출신 인턴 채용 확대, 고용계약 체결 시 인센티브 부여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② 지역 대학생의 지역사회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한 학생활동 지원이 가능하다. ③ 지자체가 대학 시설설비를 공동 건립 및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지자체의 향토생활관 혹은 기업체의 생활관 등 건립비 지원, 학교체육시설 등을 지역에 유치할 때 기부금 지원 등이 가능하다. ④ 학사학위가 필요한 공무원, 기업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대학 강의 수강을 적극 권장할 수 있다. ⑤ 지역산업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지원이 가능하다.
셋째, 대학의 연구 활동을 통한 협력 및 지원방안이 가능하다. ① 지역산업 연계사업 및 연구지원사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② 지역특화 산업클러스터 육성이 필요하다. 클러스터는 대학, 연구소, 지식집약산업 등의 전략적 동맹체로서 대학은 과학적 발견과 혁신적 사업 구상, 관리능력 향상을 위한 조언, 숙련된 노동력 제공, 전문적 생산품 구매, 지식 확산, 국가 및 지역 정부에 대한 정책 조언 등을 통해서 산업클러스터 육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③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 사업에 대한 지자체 및 기업의 참여 유인책 강화가 필요하다. 누리사업,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 대학특성화 지원 사업 등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상당수가 지역사회와 기업의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고, 이들의 참여가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주요인이다.
넷째, 주민 삶의 질과 복지 향상을 위한 협력 및 지원방안이 가능하다. ① 건강클리닉, 법률상담, 교육상담 등 대학과 지자체간 협약을 통한 재정지원이 가능하다. ② 지역 평생학습체제의 종합화가 필요하다.
다섯째, 기타 지자체의 투자확대를 위한 지원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할 수 있다: ① 종합부동산 세수의 고등교육 지원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종부세는 도입당시부터 국세로 하되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 우선 배분하여 지역균형발전을 지원하도록 설계되었다. 재산세가 지역기반 세수로 지역공공재의 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재산세의 일부인 종합부동산세의 세수를 지방 교육재정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것이 합리화될 수 있다. ② '지역인재장학금'의 대폭 확대와 매칭 요건 부여가 가능하다. ③ 지자체가 지역 내 대학에 대한 지원을 행하는 경우에 대해서 중앙정부가 매칭 펀드 형식으로 해당 대학을 지원하는 방안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④ AP(Advanced Placement) 과정 운영에 대해서 해당 지역의 지자체가 또는 지방교육교부금으로부터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AP 과정 수강생이 고교생이기 때문에 지방교육교부금으로부터의 AP 과정에 대한 지원도 가능할 것이다.
대학재정의 궁극적 책임은 대학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 모두에 있지만 어느 영역이 선뜻 대학재정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학과 국가, 지자체 및 민간 모두가 공동으로 노력한다면 대학의 재정난은 점차 해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