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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해찬식 개혁' 종지부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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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1999.04.26 00:00:00
"이해찬이 교육을 말아먹고 있다. 겉으로는 명예퇴직 급증 등 동요로 나타나지만 속으로 곪는 교육황폐화는 더욱 심하다. 무시험 전형, 신인간론, 특기적성교육, 열린교육 등등으로 이제 학생들에게 '네멋대로 살아라'고 해야 21세기 교사가 된다는 자조가 만연하다. 체벌 논란이후 교사들은 문제학생 만날까 봐 오히려 피해간다.

고령교사를 무능교사로 몰아부쳐 50세만 넘어도 나이가 많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평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성과급이니 보수차등화니 해서 더욱 교육을 멍들게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온종일 말도 안되는 실적보고에 매달리고 학교가면 수업보다 공문 만지는게 더 중요한 일과가 돼 버렸다. 현실의 여건조성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수행평가, 수준별 이동수업, 특기적성교육, 창의적 시간 운영 등등 수십가지 운영계획 세우고 월따라 분기따라 철따라 기말따라 실적보고…"

교육부 홈페이지 소리함에 용기있게 고발장을 던진 한 현장교사의 교단황폐화 증언이다. 우리는 일찌기 '이해찬식 개혁'이 우리교육을 망칠 것임을 경고 했었다. 흔히 희망을 노래하는 신년벽두 사설에서 우리는 절망의 메시지를 던져야 했다. "절망의 한가운데 있음을 자각한다. 교육의 핵심주체인 교원의 근무의욕과 사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교원의 자존심과 권위를 짓밟고 교육의 황폐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일련의 정책들이 새해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이 물러나지 않는한 교육은 희망이 없다"고 예단했다.

그로부터 불과 4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이해찬식 개혁'이 빚어낸 교직사회의 침체된 분위기가 전염병처럼 전국의 각급학교로 번지고 있다. 사실 교직만큼 보람된 직종도 드믈다. 때문에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택하겠다'는 교원이 최소한 60%이상돼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제 많은 교원들이 교단을 떠나고 싶어 한다. 선무당 사람잡듯 교원들이 볼 때는 교육의 '교'자도 모르는 젊은 장관과 교직 경험이 전혀없는 일반직들이 교육개혁을 주도하는 가운데 교원들은 최말단 공무원으로 전락했다.

민족의 스승이란 자 부심은 강탈되고 거의 노예 수준으로 굴러 떨어졌다. 시시콜콜한 일까지 교육부가 하라는대로 해야하고 결국 이런 피동적 신세로는 자율을 생명으로 하는 교육자의 본무를 다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람을 느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시시콜콜 하라는 것은 얼핏보면 학교교육을 잘 하자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론 교원의 자율역량을 훼손하고 공문에 매달리게 해 수업을 파괴하는 것이다.

결국 교육부는 전시적이고 과시적인 개혁을 잘하라고 재촉하고 있는 꼴이다. 신성한 교단이 '이해찬식 개혁'의 실험무대 인양 마구 변형되고 그러다보니 수업은 뒷전이고 실험설계를 위한 공문 처리, 계획서, 평가서 내는게 본무인양 돼버렸다. 이젠 '이해찬식 개혁'을 교원들이 자주적으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자연인인 이해찬이라는 사람을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해찬식 개혁'을 이대로 방치하면 교원들의 자율성이 설 땅이 없고 교원들이 전문직적 권위로 서지 못하면 교육이 바로 서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교총은 전국 40만교원을 상대로 '교육공황 부른 이해찬장관 퇴진 촉구 서명운동'을 전국 학교분회에서 전개하고 있다. 교원들의 동참 열기가 뜨겁다. 자포자기적 심정으로 움츠러들던 교원들이 동지애로 결속하며 다시 힘을 내고 있다. 그동안 교원들은 문제아라도 꾸짖는 것보다 칭찬하고 격려하는게 교육자들의 덕목이라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무던히 참아왔다.

그런데 더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李장관 한사람 때문에 훌륭한 교육적 경험을 가진 우리나라의 많은 중견교사들이 흔들리고 교육을 보람으로 여기고 살겠다던 그들의 생애목표를 헌신짝 처럼 내던지고 있다. 그야말로 '교육공황'의 상황이 폭풍처럼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李장관 퇴진은 '교원의 전문직적 권위를 침해하는 시책'의 끝을 의미한다. 李장관의 퇴진은 그 어떤 정책이나 선물보다 교원의 사기를 앙양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훼손 당했던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원칙이 복원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李장관이 전문직의 상징인 교원정년 65세를 무우 자르듯이 잘랐을 때 金玟河 교총회장은 "민족의 심장인 스승들을 무참하게 짓밟은 위정자들은 역사의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많은 교육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교육력 손실과 황폐화가 초래될 것을 우려했다. 이같은 예지력은 '이해찬식 개혁'의 무모함이 몰고 올 교직의 침체를 일찌감치 간파 한 것이다.

교원을 개혁대상으로 삼고 교육부가 주도하는 '이해찬식 개혁'은 철저히 실패했다. 결국 오늘의 위기상황에서 우리는 헌법적 원칙이 한낱 이상론이 아니라 우리교육을 지키는 버팀목 임을 두고두고 교훈 삼아야 할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헌법적 원칙이 존중되고 교원이 교육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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