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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26. 과거 시험에서의 커닝

시험 때마다 나타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부정시험행위일 것이다. 국적 없는 말이지만 흔히 커닝으로 지칭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시험에서도 커닝이 있었을까?

조선시대에 들어와 시행된 과거 시험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응시자 수 증가로 인하여 적서(嫡庶)의 차별에 의하여 제한을 했지만, 여전히 응시자는 많았다. 숙종 때에 성균관에서 과거 시험을 치를 때 6, 7명의 과거 응시자가 짓밟혀 죽는가 하면, 정조 24년(1800)에 실시한 과거 시험에서는 참가자가 10만 3579명이요, 받아들인 시권만도 3만 2664장에 이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관리가 된다고 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리하여 과거 시험에서 커닝이 빈번했으니,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① 의영고(義盈庫) : 콧속에 커닝 페이퍼를 숨기는 것. ② 협서(挾書) : 붓대 끝에 작은 종이 커닝 페이퍼를 숨김. ③ 혁제(赫蹄) : 시험관과 응시자가 결탁하는 행위. 이것을 막기 위하여 강경(綱經, 사서오경의 암송 시험) 때에는 과거 응시자와 시험관을 분리시키는 장막을 쳤으니, 오늘날의 대입 예체능 시험과 같다고 하겠다. 또한 역서(易書)라 하여 시험관이 과거 응시자의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서리가 붉은 글씨로 다시 쓰기도 하였다. ④ 절과(節科) : 합격자의 답안지에 자신의 이름을 바꾸어 붙이는 행위. 이것은 미리 학력 있는 자와 공모하든지 매수를 하여 저지르는 것이며, 옆에 앉은 사람과 시험지를 바꾸었을 경우에는 환권(換券)이라고도 함. ⑤ 차술(借述) : 남의 답안을 베끼거나 대리 시험을 보는 것. ⑥ 이석(移席) : 과거 응시자는 시험 보는 동안 단 한 번 차를 마시거나 소변을 보기 위해 이석이 허락되었으나 무단이탈한 경우. 제 자리가 아닌 남의 빈자리에 옮겨 앉는 것은 참월(?越)이라고도 함. 응시자 간의 간격은 사방 6자 간격임. ⑦ 낙지(落紙) : 답안지나 초고지(草稿紙)를 짐짓 땅바닥에 떨어뜨려 답안을 보이게 함. ⑧ 설화(說話) : 옆 사람과 은밀히 말을 나눔. ⑨ 고반(顧盼) : 눈동자를 굴린다는 뜻으로 사방팔방을 둘러보아 남의 답안을 훔쳐 봄. ⑩ 음아(吟?) : 입속에서 우물우물 중얼거리는 행위로, 특히 시운(詩韻)을 잡을 때 많은 암시를 줄 수 있고,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있음.

이렇게 수법도 다양했으며 치밀했다고 하겠다. 이에 국가에서는 책이나 문서를 가지고 과거장에 입실했을 경우에는 3~6년간 과거 시험의 자격을 박탈하고, 다른 사람의 답안지를 몰래 보다 들키면 곤장 1백대와 징역 3년의 강경한 조치를 취하였다. 과거 시험장에서의 부정행위는 한양가 중 과거 보는 장면에 잘 나타나 있다.

현제판밑 설포장에 말뚝박고 우산치고 / 휘장치고 등을 꽂고 수종군이 늘어서서
접마다 지키면서 엄포가 사나울사 / 그 외의 약한 선비 장원봉 기슭이며
궁장밑 생강밭에 잠복치고 앉았으니 / 등불이 조요하니 사월팔일 모양이다.
어악이 일어나며 모대한 한시네가 / 어제를 고아들고 현제판 임하여서
홍마삭 끈을 매어 일시에 올려다니 / 만장 중 선비들이 붓을 들고 달아난다.
각각 제첩 찾아가서 책행담 열어 놓고 / 해제를 생각하여 풍우같이 지어 내니
글하는 거벽들은 귀귀히 읊어 내고 / 글씨 쓰는 사수들은 시각을 못 머문다.
글 글씨 없는 선비 수종군 모양으로 / 공석에도 못 앉고 글 한 장을 애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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