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처음으로 정부조직개편안이라는 공식적인 발표문을 내놓았다. 필자의 관심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어떻게 개편되는지에 집중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인재과학부로 개편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허탈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는 순간,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국교총은 곧바로 “이명박 정부 ‘교육’ 포기하나”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어 한국교육학회와 19개 분과학회는 “인재과학부 명칭에 대한 한국교육학회의 입장”을 발표했으며, 한국교육삼락회도 “인수위의 ‘교육’을 퇴출시킨 인재과학부는 재고해야 한다”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18일 교총 임원진이 국회를 항의 방문한데 이어, 1월 19일 한국교총 이원희 회장이 인수위를 항의 방문한 후, 1월 21일 인수위는 교육계의 의견을 존중해 인재과학부를 교육과학부로 변경하기로 후퇴했다. 교육계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한 결실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또한 국회 논의를 거쳐 명칭을 바꾸지 않고 정부안 자체를 곧바로 시정한 것도 실용을 중시하는 정부다운 처사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교육 담당 부처의 명칭을 둘러싼 혼란 사태를 보면서 짚고 넘어갈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재과학부에서 교육과학부로 후퇴하긴 했지만 왜 하필 인재과학부였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교육은 공급자 중심 용어이므로 수요자 중심 용어인 인재로 바꿨다고 한다. 그러나 교육이 공급자 중심 용어라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교육이 교수(敎授)와 학습(學習)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교수는 공급자 중심 용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학습은 분명히 수요자 중심 용어이다. 왜 이런 오해를 통해 정책결정이 이루어진 것은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 교육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인수위의 정책결정과정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새 정부가 교육에 관련된 정책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교육계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쳤으면 한다.
실용을 강조하는 정부답게 ‘인간교육’ 대신에 ‘인재양성’을 선택했었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사람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민간이나 시장에 맡길 경우 공급이 없거나 지나치게 적은 분야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한다.
인재양성은 가정도 관심이 있고, 기업도, 사회도 관심이 있으므로 극단적으로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공급이 이뤄질 수 있지만, 인간교육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민간의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인재양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인재양성 기능은 민간과 정부가 분담할 수 있지만, 인간교육 기능은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의 일차적 역할은 인재양성이 아니라 인간교육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재양성은 교육의 수단적 기능이라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교육이 경제성장에 기여해왔다는 것은 실증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이 경제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교육의 투자적 성격도 중요하지만 소비적 성격도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혹시 새 정부가 교육을 지나치게 경제발전의 수단, 즉 투자로서만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교육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자 의무이다. 교육이 권리라는 것은 그것이 경제발전의 수단이 아니라 기본권적 가치라는 뜻이다. 어쩌면 해프닝이 정권인수과정에서 일어난 것이 다행스럽다. 새 정부는 이번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국민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