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교원의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 중인 `남교사 할당제'에 대해 학부모와 교원 등은 26일 남교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일정 비율의 할당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렸다.
◇ "학생지도나 성역할 정립 위해 필요" = 찬성 입장에서는 학생 생활지도와 올바른 성역할 모델을 확립하기 위해 학교 현장에 남교사가 더 필요한 만큼 남교사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내 A초등학교의 한 여교사는 "남교사들이 일정 비율 늘어나는 것은 교사나 학생에게도 바람직하므로 남교사 할당제를 적극 찬성한다"며 "새 학기 담임을 발표할 때 남교사가 되면 학생들이 좋아하고 학부모들도 한번쯤 남교사가 담임을 맡는 것을 바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간교육실천학부모연대 박유희 이사장은 "초등학교에 남교사가 너무 없는 것은 사실이고 아이들의 올바른 성역할 정립을 위해서도 남교사가 필요한 만큼 남교사 할당 취지에는 찬성한다"며 "그러나 무조건 30%로 채우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밝혔다.
초등학교 2, 6학년 아들을 두고 있는 학부모 곽모(44)씨는 "할당 문제는 더 생각해볼 사항이지만 아들을 두고 있어서 그런지 남교사가 대화하기도 편하고 고정적인 생각에서 탈피하는 것도 남성이 빠른 것 같다"고 남교사 할당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교대 박상철 교수팀에 의뢰, 지난해 10월26일부터 올해 2월29일까지 서울시내 초중고 학부모와 교원 각각 1천56명(남녀 동수)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남교사 할당제 도입에 대해 학부모의 80.6%, 교원의 73.9%가 찬성 입장을 보였다.
◇ "이중혜택ㆍ평등권 침해" = 반대 입장에서는 이미 교대 신입생 선발시 남학생에게 일정 비율을 할당하고 있는 점을 들어 남교사 할당제는 이중혜택이면서 여성에 대한 평등권 침해라는 지적이 대두됐다.
서울시내 B초등학교 박모(25ㆍ여) 교사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생들이 남교사의 말을 더 잘 듣고 학생 생활지도 면에서 남교사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 비율을 할당하면 실력이 나은 여학생이 임용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김모(46ㆍ여)씨는 "3학년 때까지 여교사가 담임을 맡고 올해는 남교사가 담임을 맡았는데 다른 게 없는 것 같다"며 "남교사 할당제까지는 필요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사무처장은 "교대 입학시 남성 할당제가 있으므로 이중혜택"이라고 지적하며 "대학교수나 보육교사에 대한 할당제도 필요한데 이런 것은 이야기 하지 않고 왜 초등학교 교원의 성비 불균형에만 집중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번 정책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교대생들도 반대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교대의 한 여학생은 "여교사가 가르친다고 학생이 여성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남성에게 30% 특혜를 주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했고 한 남학생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남녀 교사비율이 동일하면 좋겠지만 이중혜택은 여성 입장에서는 역차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반대 입장과 함께 교원의 성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현인철 대변인은 "학생을 가르치는 데 있어 성별보다는 교육여건이 중요하므로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우수한 남성이 교직을 외면하는 현실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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