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고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방 실업고의 미달사태가 이어지고 서울도 39.4%의 미달사태가 예상된다. 학생 수 감소 외에도 실험·실습기자재의 부족과 낙후로 인해 실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IMF 이전에 비해 졸업생의 취업도 매우 힘든 상황이 가져온 결과다. 현재의 실업고는 산업현장에서의 지식과 기술 수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필요한 지식과 기술은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지는 데도 단위학교의 자율성과 투자 능력은 매우 미흡해 탄력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 고교 학령인구의 감소와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의 지속적 증가 현상 때문에 미달 행진이 계속되고 있어 실업고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등교육 진학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해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인문고에 비해 교실 붕괴 현상이 심각하다는 문제도 있다. 과거에 비해 중학교 학업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실업고에 입학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이 중 적지 않은 학생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탈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실업고 학생의 저학력·저기능은 향후 졸업생의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결국에는 국가의 인적자원개발ㆍ관리 차원에서도 매우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직업교육의 축이 전문대학으로 전환됨에 따라 실업고 직업교육의 내실화를 추구할 수 있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 사이에 실업고 지원 예산 규모가 약 49.4% 정도 감소한 상황에서 교육의 내실화는 요원한 과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실업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가. 우선 실업고의 유형을 다양화하고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즉, 실업고 졸업 후에 대학에 가고자 하는 학생, 졸업 후에 즉시 취업할 학생, 그리고 아직 자신의 미래를 확고하게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학교 유형이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한 직업 분야에 대하여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형도 운영하여야 한다. 그리고 과거 50:50 정책 등과 같은 실업고의 양적 공급 능력확대 정책은 지양하고 정예화를 추진해야 한다. 기존의 실업고 중에서 경쟁력 있는 학교는 집중 육성·지원하고 산업계로부터의 수요가 적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교는 지역사회 및 재정여건에 따라 통합형 고교로 전환하는 방안이 과감히 고려돼야 한다. 물론 교원 대책이 선행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기초 직업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 실업고뿐만 아니라 일반계 고교에서도 기초직업교육과정을 공통 이수하도록 유도해 학생들이 기초직업능력을 함양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그리고 학교 교육과정과 자격제도 및 직업능력인증제간의 연계를 강화하여 학생들의 직업기초능력과 전문능력 습득에 대한 인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업고 졸업생에게 계속교육의 기회를 확대ㆍ보장하기 위하여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교에 대한 특별전형 기회를 확대하고 이들 고등교육기관에서 산업체 경력 소유자에 대한 특별전형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기술대학, 사내대학 등 기업체가 운영하는 대학을 교육부 차원에서 적극 육성·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실업고 운영의 자율성과 탄력성을 제고해야 한다. 단위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해 산업구조 변화와 노동시장의 지식 및 기술수요 변화에 단위학교가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국가가 고시한 교육과정에 없는 교육 내용(교과)이라도 단위학교가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자체적으로 교육과정을 개발ㆍ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 및 시ㆍ도교육청의 실업고 전담 부서 규모와 인원을 확대하고 행ㆍ재정적 지원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지원 대책에는 실업고의 다양화·특성화 추진에 필요한 법령 개정과 재정 지원 대책, 장학금 지급 확대, 학급당 학생수 감소를 전제로 하는 교원 배치 기준의 새로운 설정, 실업계 고등학교 직업교육 담당 교사의 연수 기회 확대 및 연수 경비 지원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실업고의 대변신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교육부나 학교의 관계자들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인력개발과 관련을 맺는 여러 부처와 산업계의 협력과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관점에서 극복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