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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소리> 촛불 집회 참가해보니

연일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는 놀라우리만큼 많은 수의 군중이 모여 정부의 쇠고기 협상 잘못을 질타하였고 급기야 대통령의 정중한 사과와 함께 대폭의 인적 쇄신을 단행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학자는 이를 인터넷 포퓰리즘의 승리로 명명하기도 하였다. 국민들의 정치의식 수준과 참여정신이 갖는 막강한 힘을 실감케 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이를 촛불문화제로 명명한 것은 일면 아름답고 참신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필자가 목격한 어느 집회의 모습은 촛불집회의 또 다른 일면으로 상식적인 이해가 어려웠고 교육자의 시각으로 보면 황당한 느낌마저 감출 수가 없었다. 다수의 고교생들이 연단에 올라 자유발언을 하면서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퍼붓고 심지어 듣기 거북한 쌍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학생들의 발언이 끝나면 많은 군중이 촛불을 흔들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이에 고무된 학생들은 너도 나도 단위에 올라 비슷한 발언을 계속했다.

소위 ‘문화제’가 이런 것일까? 아직 정치적 사고나 판단력이 미성숙한 상태에 있는 청소년들을 이렇게 방임해서는 아니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놀라움과 걱정을 금할 수가 없었다. 청소년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으로부터는 얼마간 떨어져 있어야 옳다. 정치 사회적 쟁점이나 사안들을 사고훈련을 위한 교재로 활용할 수는 있어도 청소년들이 문제의 가운데로 뛰어들게 놓아두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물론 독재정치나 군사정부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극한적인 상황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학생들까지 참여하여 목숨을 내걸고 싸워야 옳은 일일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현대사는 민중의 위대한 힘으로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쟁취한 장엄한 기록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비록 쇠고기 문제를 비롯한 한‧미간의 협상결과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솟구치고 있다 해도 지금은 평화로운 시위로 국민의 단합된 의사를 충분히 표출하고 있고 그것으로 극한투쟁 못지않은 성과를 거두는 상황인 것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옳은 일이 아니다. 혹자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였다고 강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할지라도 어른들이 이를 지도했어야 옳다. 더구나 그 학생들이 군중심리에 휩싸여 해서는 안 될 말들을 쏟아내는 일은 교육적인 관점에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중‧고등학생이 아닌, 보다 판단력이 성숙한 대학생들이 나와서 요령 있게 호소하였더라면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편안하였을 것이다.

계기교육을 포함한 시사관련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의 사회참여에 있는 것이 아니고 문제를 보는 시각과 관점의 성숙에 있다. 교육학의 이론에 따르면 미성년의 학생들에게 특정의 이념이나 사상을 주입하려 들거나 교화하는 일은 정당하지 않다.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논리적 정확성과 윤리적 정당성을 추구하여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자에게 주어진 임무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교육은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일에 얼마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율 또는 사회참여라는 구실로 학생들을 오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학교는 이러한 원칙에 충실한 지도를 하고 정당이나 사회단체들도 어린 학생들이 이념적 편식을 하여 좌로든 우로든 치우친 생각을 갖지 않도록 그들을 보호하는 일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동식 충남교육청 중등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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