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유출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설학원 수강생들에게 학력평가 문제를 미리 풀어보도록 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강사 유모(43)씨와 출제위원 조모(40.고교교사)씨를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올해 3월 12일 실시된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출제에 참여한 고교교사 조씨를 2월 4일 강남구 대치동 자신의 학원에서 만나 문제 19개를 전달받아 변형한뒤 '3월 학력평가 대비 모의고사 109제'에 끼워 고교 3학년 수강생 20여명에게 풀도록 해 서울시교육청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통신내용 분석을 통해 2월 4일 유씨와 조씨가 학원 근처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한 사실과 유씨가 다음 날부터 '학력평가 대비 109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압수한 하드디스크 분석으로 확인했으나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제의 전달수법을 구체적으로 밝혀내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장 하드디스크 등을 이용해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지만 전달 수법과 관련한 직접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학력평가 문제와 유씨가 만든 모의고사 문제를 비교할 때 유출된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대한수학회는 의심되는 문제 19개를 ▲같은 문제나 표현만 조금 다른 것(4개)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이지만 숫자만 다른 것(8개) ▲유사한 문제로서 풀이 방법이 동일한 것(7개) 등으로 분류하고 우연히 일치하거나 유사할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다고 감정한 바 있다.
경찰은 전날 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해 도주우려가 없고 이미 증거물을 모두 압수했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며 기각했다.
경찰은 "영장기각이 혐의사실에 대한 소명이 없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전달수법에 대한 보강수사를 위해 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 출제기간이 1월 15일부터 1월 22일까지지만 시험일은 3월 12일로 50일 동안이나 공백이 있었다"며 "이 기간에 출제위원들이 누구인지 알게되고 학원강사들과 교사들이 대체로 교분이 있기 때문에 유출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고 52만여명이 응시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는 고교교사들이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해 진학을 원하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도록 지도하는 데 사용되지만 사설학원가에서 문제 유출의혹이 끊임없이 나오는 등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