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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실존의 고독을 함께 나눈 벗

⑰ 사르트르와 자코메티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유명한 철학적 명제를 들고 나와, 실존주의라는 새로운 사조를 유포시킴으로써 한때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1905~1980)의 이름은 20세기를 대표하는 하나의 신화적 상징임이 분명하다. 그는 철학사상의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소설, 희곡, 문학비평적 에세이 등 문학 분야에 있어서도 단연 돋보이는 독창적 성취를 이룬 위대한 전방위적 대가로 역사에 이미 자리매김 되었다.

글로 쓰는 거의 모든 예술장르에 걸쳐서 빼어난 업적을 자랑하는 그가 미술 평론 분야에서도 주목한 만한 글을 남겼다 해도 그것은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의 문학론과 마찬가지로 예술론 역시 그가 줄기차게 추구한 특유의 실존적 정신분석 비평의 변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는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etti, 1901~1965)에 관한 2편의 본격적인 평론 ‘자코메티의 회화’(1945)와 ‘절대의 탐구’(1948)를 쓴 바 있다. 이는 자코메티의 그림과 조각에 대한 그의 관심이 얼마나 깊고 큰 것인가를 잘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사르트르는 상황 속에 있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타인을 위한 실존 속에 있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조각하려고 한 자코메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각자에게 자신의 출구 없는 고독을 되돌려 주려는 조각가이며, 인간과 사물을 세계의 중심에 다시 위치시키려는 작가이다.”



자코메티는 가늘고 긴 뼈대만의 입상을 집중적으로 제작한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노골적인 고독을 표현한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밝은 아침의 광장을 건너가는 사람’(1948~49·사진)은 드물게 운동성을 표현한 작품이지만 거의 추상화 되고, 선으로 극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온통 빛을 받아 거추장스런 육질을 제거해 버린, 순수한 운동의 리듬 그 자체로 된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확실한 구체적 리얼리티를 느끼게 한다.

자코메티 조각의 개성적 특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세련과 균형의 미학을 파괴하는 혁명을 통해 전체적 인간상실의 비극을 명확하게 표현한 데 있다 할 것이다.

“삶이란 허약하고 손상되기 쉬운 것이지만, 그 삶만이 살아있는 것들에게 탄생을 부여할 수 있다”(본느푸아, ‘자코메티론’)는 본느푸아의 말처럼, ‘손상되기 쉬운’ 현존이었으나 그것의 의미를 깊이 파고들어 최대의 가치로 승화시킨 자코메티와 사르트르야말로 ‘시대정신의 거울’이라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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