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교 2, 3학년용 근현대사 교과서 6종의 좌(左)편향과 관련해 통일부, 국방부, 대한상공회의소, 교과서포럼 등 19개 기관과 단체에서 총 3723건의 수정을 요청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도 일부 교과서의 이념편향 부분에 대해서 각계의 우려를 청취했으며, 이를 당정협의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등 진보진영에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역사 교과서 수정과 관련한 정치권의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것은 우리 기성세대의 책무이다. 이들의 역사관은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교육, 더 구체적으로는 역사교과서를 통해서 형성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치우침이 없이 올바르고 균형 있게 구성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과서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면 이는 무엇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더욱이 이념적 시각에서 교과서 내용의 수정이나 개편이 논의되는 것은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비추어 볼 때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모든 교과서의 수정이나 개편은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뤄지게 돼 있지만, 특히 역사교과서의 경우는 그 중요성을 감안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의 ‘역사교과서심의위원회’를 법정기구로 설치해 특정 단체나 정파로부터 가해지는 외압을 막아내야 할 것이다. 우선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의 적합성 여부는 권위 있는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의 전문적 검토의견에 따라 가려져야 할 것이다. 아직 지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 학생들에게 어느 한 편의 편향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균형 잡힌 역사교육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