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7 (수)

  • 맑음동두천 -2.3℃
  • 맑음강릉 1.4℃
  • 서울 -1.0℃
  • 구름많음대전 0.1℃
  • 맑음대구 2.6℃
  • 맑음울산 4.8℃
  • 광주 3.9℃
  • 맑음부산 5.1℃
  • 흐림고창 3.2℃
  • 제주 8.9℃
  • 구름많음강화 -2.4℃
  • 흐림보은 0.6℃
  • 구름많음금산 2.4℃
  • 구름많음강진군 6.1℃
  • 맑음경주시 4.6℃
  • 구름조금거제 5.2℃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육시론> 상정도 안된 '유아교육법안'

국민의 정부 출범 후 유아교육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됐으나 올해는 아예 법안이 상정조차되지 않은 채 정기국회를 마감해 안타깝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소관부처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돼 있는 체계를 유아교육체제로 일원화하고, 유치원, 어린이집, 놀이방, 선교원, 학원으로 난립되어 있는 유아교육기관을 '유아학교체제'로 개편하는 것으로, 유아교육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고 지원·육성하는 등 명실상부한 공교육체제를 확립하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유아교육의 현실은 그 중요성에 비추어 사회적 인식과 투자가 다른 교육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실정이다. 더구나 학부모들은 유아교육기관이 도처에 난립해 있지만 우리 아이의 조건에 맞는 교육기관을 찾기 힘들고 교육비 또한 만만치 않게 든다고 한다. 보통 수준의 사립유아교육기관 한 곳과 피아노 학원 같은 특기교육기관 한 곳에 보낸다고 할 때 월 평균 20만원 이상이 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교육예산 가운데 유아교육투자 비중은 1.17%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선진국의 7%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유아교육기관들이 난립되어 있는 현실 그리고 학부모의 교육비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실은 유아교육기관들로 하여금 치열한 유치경쟁을 부추기고 나아가서 불평등교육의 원인이 되고 있다. 원아모집을 위해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특기교육, 문자교육, 영어교육 등의 기능교육도 하는 실정이며 또한 저소득 계층의 부모들은 경제사정상 교육 환경과 교육 내용이 좋은 유아교육기관에 아이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인생의 출발기인 유아시기부터 부모의 능력에 따른 불평등교육이 시작되는 것이다.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어떠한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한다. 현재 2년제 대학과 4년제 대학 유아교육과에서 유치원교사를, 아동복지학과 사회복지학과 등의 14개 관련 학과와 보육교사교육원에서 보육교사를 양성하는 혼란한 체제를 우리는 갖고 있다. 이러한 양성체제로는 질 높은 교사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를 개편해 새로운 형태의 유아교육과 영아보육을 담당할 수 있는 양질의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사립유치원과 어리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근무 여건 또한 열악하기 짝이 없다. 공립유아교육기관의 반 밖에 안되는 월급을 받고 있고 이직률은 50%가 넘고 있다. 이러한 근무조건에서 교사가 자긍심을 갖고 아이들을 교육하기 힘들다. 이번 정부에서는 대통령선거 공약이기도 한 유아교육법 제정을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명망 있는 유아교육관련 인사들로 유아교육발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유아교육법안'을 만들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정부안으로 국회에 상정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런데 왜 이 법을 제정하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가. 그간 두 번씩이나 국회에 상정됐다가 통과되지 못했고 이번에도 '유아교육법안'을 만들었으나 여러 걸림돌이 있어 정기국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초ㆍ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의 경우처럼 유아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유아교육법이 있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유아교육법안' 내용 중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그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쟁점사항들은 대부분 시행령으로 다루어 질 것들이다.

따라서 법률적인 차원에서는 우선 유아학교 교육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기본적인 것을 담은 법안을 우선 통과 시켜 공교육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해당사자들은 400만 명의 아이들과 800만 명의 학부모를 중심에 놓는 대승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정부나 여ㆍ야당에서는 서로 다른 집단의 의견을 고려하되 수요자인 아이들과 학부모 중심에서 법 제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같은 그림이라도 무엇을 형체로 놓고 무엇을 배경으로 놓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고, 물체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형체로 보이 듯이 각 집단간의 의견은 상충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 옳으냐 보다는 무엇이 나에게 유익한가로 판단하기가 쉽다. 입법과정에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 정의로운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유아교육의 개혁은 성장기에 있는 유아의 발달을 도모하고 나아가 온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민의 인적자원 개발을 목표로 한 교육부총리제 개편에 맞추어 우리국민의 오랜 숙원인 유아교육법이 제정돼야 한다. 곽노의 서울교대교수·열린유아교육학회 회장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