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1일 교육세 폐지를 포함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관계부처 국장급 회의(9.12), 차관회의(9.23, 9.29), 국무회의(9.30)를 거쳐 10월 13일 동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10월 22일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했고, 11월 18일 심의를 앞두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9월 25일 지방교육세 폐지를 포함하는 지방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세법 개정법률(안) 입법예고(9.26~10.16), 법제 심사(10.21~),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11월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대로 둔다면 자칫 2008년 기준 4.1조원의 국세교육세와 4.4조원의 지방교육세는 폐지될지도 모르는 운명을 맞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교육세를 포함한 목적세의 폐지이유로 “몇 개의 세원에 중복 부과돼 세제를 복잡하게 하고, 특정 목적에만 사용되므로 재정운용의 경직성을 야기해 예산의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교육세 해당 분은 본세에 통합하며, 교육세 폐지에 따른 교육재정 감소분은 어떤 식으로든 보전 혹은 전출해 줄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교육재정에 변화가 없을 것이므로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교육세 폐지는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국가의 백년지대계라 할 수 있는 교육의 조달재원중 하나인 교육세를 폐지하면서 교육계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았다.
둘째, 교육세가 세원을 복잡하게 한다지만, 실제로 국민들은 세원의 복잡성과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무관심하다. 세원이 복잡하다면 폐지할 것이 아니라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욱이 지방교육세의 경우 6개 지방세목에 통합하는 대신 당초 6개 세목에 해당하는 비율만큼의 세액을 똑같이 전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럴 경우 복잡성은 하나도 달라질게 없다.
셋째, 국민의 조세부담은 변함이 없다. 폐지되는 교육세를 본세에 통합하기 때문이다. 조세부담이 줄지도 않는 교육세의 폐지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넷째, 교육세는 ‘교육’이라는 영구적인 목적에 투자되는 재원이다. 이를 한시적인 목적을 갖는 다른 목적세와 똑같이 취급해 폐지하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다섯째, 교육세의 ‘폐쇄성과 경직성’은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것이다. 특히 교육세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교육재정은 여전히 특별회계로 운영될 것이므로 ‘경직성’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말하는 경직성에 따른 재정운용의 비효율은 여유재정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 지금의 부족한 교육재정은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할 여지가 없다.
정부는 교육세 폐지에 따른 교육교부금 감소분을 매년 정부 ‘재정의 형편을 봐가며’ 보전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교육재정의 변천과정에서 교육이 독자재원을 제대로 갖지 못했을 때 교육재정 투자는 빈약했다. 결국 교육세가 폐지된다면 교육재정의 안정성이 훼손되고 규모가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교육세 폐지에 따른 교육재정 손실과 교육대란을 그대로 두고 지켜 보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교육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교육세가 폐지돼 교육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가 학교에 다닐 때 학교는 인근에서 제일 좋은 건물 중의 하나였고, 학교 가는 게 신이 났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는 인근에서 제일 나쁜 건물 중의 하나가 돼 버렸다. 교육세 폐지는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교육세는 사수돼야 한다. 아니 더 나아가 지방화시대에 맞는 적극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교육의 수혜자와 세부담자 사이에 직접적인 비용-편익 관계가 형성되도록 재산세를 교육세로 지정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향후에는 교육세 폐지논의가 재발되지 않고 시·도교육청이 실질적인 교육자치단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세에 대한 과세권도 시·도교육청에 부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