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를 만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편하게 말을 놓을 수 있는 건 10년, 20년 전 그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순수해 지기 때문일 것이다. 올 연말엔 유난히 동창회 모임이 많아 보인다. 인터넷의 보편화와 옛날이 그리울 만큼 팍팍한 현실 탓인 모양이다. 앨범 속 그 친구는 어떻게 변했을까. 나를 알아보기는 할까... 영화 속 동창회에서도 복잡다단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당신의 동창회와 얼마나 닮았는지, 혹은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보시길.
# 페기 수 결혼하다 감독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 주연 : 니콜라스 케이지, 캐서린 터너 / 1999년 니콜라스 케이지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는 동창회 소재 영화. 니콜라스뿐만 아니라 짐 캐리, 헬렌 헌트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대부'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코믹 드라마로 오랜 기간동안 많은 영화팬들에게 사랑 받아 온 작품. 콜럼비아 75주년 기념으로 재출시 되기도 했다. 영화는 동창회를 통해 유발될 수 있는 복잡다단한 심정을 폭로한다. 이혼 위기에 놓인 43세의 페기 수는 고교동창회에 참석했다가 동창회 퀸으로 선발된다. 꼭 끼는 고교 시절의 드레스와 들뜬 기분, 게다가 퀸으로 선발된 감격에 버거워하던 그녀는 그 자리에서 실신한다. 눈을 떠보니 양호실인데 놀랍게도 학교도 친구들도 모두 고교 시절 그대로다. 현재의 바람둥이 남편 찰리가 페기에게 구애하자 그녀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결국 페기는 그의 구애를 피하고 나중에 크게 성공할 다른 동창생과의 연애를 시도한다.
#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감독 : 데이빗 쉬머 / 주연 : 데이빗 쉬머, 테리 해처, 라라 플린 보일 / 1999년 미국의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배우로 출연했던 데이빗 쉬머가 연출했다. 전형적인 동창회 영화로 커다란 사건이나 해프닝을 다루기보다는 자잘한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어디에나 있을 듯한 흔한 캐릭터와 개연성 있는 사건 전개를 통해 동창회와 관련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시카고의 고급호텔에서 고등학교 졸업 10주년 동창회가 열린다. 동창회에는 10년의 세월동안 쌓인 어색함이 흐르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메말라버린 마리아, 소아과 의사 케빈, 인기강사가 된 홀리, 정리해고를 당한 던컨 등 모두 한 가지 이상의 문제를 갖고 사는 보통사람들로 다시 모였다. 처음엔 별 관심 없이 모였던 이들이지만 옛친구들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된다.
# 비밀과 욕망 감독 : 린다 옐런 / 주연 : 미라 소르비노, 제임스 벨루시 /1998년 동창회에서 예기치 못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감추어졌던 비밀이 밝혀진다.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 구성은 살인 사건이라는 미스터리적 요소와 어우러져 탄탄한 스릴러적 분위기를 구현한다. 미라 소르비노를 비롯한 헐리우드의 낯익은 청춘 스타들이 등장해 흥미를 돋군다. 스티비는 대학 동창회를 개최한다. 개인비행기를 몰고 온 피터, 상원의원 후보인 레베카, PR회사 사장인 위니와 그의 비서 엘사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동창들이 참석한다. 이들은 학창시절의 오랜 전통을 다시 재현해봄으로써 향수에 젖고, 옛 우정을 떠올린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동창회 진행 도중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을 계기로 동창들 사이의 오랜 비밀과 감추어진 욕망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 로미와 미셸 감독 : 데이빗 머킨 / 주연 : 미라 소르비노, 알란 커밍 / 1997년 여자 화장실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을 메인 컨셉으로 하여 만들어진 코미디물. 고교 동창인 로미와 미셸은 10년만에 고교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졸업 앨범을 보며 한 바탕 수다를 떤다. 그들의 평범하고도 유쾌한 삶의 자세가 풋풋한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고교시절 단짝 여자친구들끼리 함께 보면 크게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로미와 미셸은 고교 졸업 후에도 함께 살며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꿈꾼다. 자동 차 회사 캐셔로 일하는 로미는 어느 날 동창생 헤더를 만나 고교 졸업 10주년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로미와 미셸은 앨범을 펼쳐놓고 고교 시절을 회상하며 온갖 에피소드를 들추어낸다.
# 잃어버린 봄 감독 : 피터 슈로더 / 주연 : 프리츠 헬무쓰, 토머스 윌럼 얀센 / 1995년 영화 속에서건 실제에서건 동창회는 늘 과거의 회상을 동반한다. 은발 노신사들의 동창회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도 과거를 회상하는 절차에선 비교적 젊은 동창회 영화들과 다르지 않다. 노신사들이 둘러앉아 곱씹는 고교 시절의 추억은 그들의 지긋한 연령으로 인해 마땅히 봄으로서의 이미지를 갖게 된다. 코펜하겐 오스테르브로 거리에서 애견과 함께 산책을 하던 50대의 남자가 갑자기 숨진다. 그로부터 35년 후 은발의 노신사 19명이 고교동창회를 연다. 그들 중엔 학교, 교사, 부모의 기대대로 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러는 대열에서 떨어져나간 낙오자도 있다. 어쨌든 동창이란 이름으로 모인 노신사들은 덴마크 최고의 명문 사립 '메트로폴리탄 고교'의 시절의 그리 밝지만은 않았던 추억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