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학교 운동부 시스템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자는 사회적 요구가 높다. 그것은 ‘운동 따로, 학업 따로’라는 인식이 당연시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하는 ‘운동선수’나 ‘일반학생’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제도적 개선과 학교 운동부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 없이, 선수에게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 게다가 학교 운동시설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반 학생들에게 운동을 적극 권장만 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학교 운동 시스템은 선수의 학습권은 물론 일반 학생의 체력증진권 마저 박탈하고 있다. 학교 스포츠 시설을 운동부가 독점하는 폐단이 나오면서 일반학생들이 운동을 즐길 기회는 많지 않다. 여전히 야구부, 축구부 등 학교 운동부가 시설활용의 주가 되다보니, 일반 학생의 참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학교 체육 시스템은 소위 운동부나 일반학생 모두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선수를 학업으로부터 떼어놓고, 일반학생을 운동 시설로부터 분리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선수와 일반학생은 모두 소외된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처럼 세계무대에서 손꼽히는 국가들도 우리나라처럼 학교 운동부를 통해 스포츠 엘리트를 키우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수들에게 운동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제도 개선을 통해 운동과 학업을 병행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학 스포츠를 총괄하는 조직인 NCAA는 DivisionⅠ대학에 입학하기 원하는 고등학교 선수들의 최저 학업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SAT(미국의 대학수능시험) 1600만점에서 700점 이상과 고교성적 11개 과목에서 2.0 이상의 학점을 취득해야만 대학 입학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각 종목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경기력으로 올림픽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도 학업 성취도가 일반 학생에 뒤지지 않으며, 또한 훗날 사회의 다양한 전문 분야에 진출해 자신의 진면목을 펼치고 있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듯하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선수가 학업에서 낙제하면,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 일례로 야구부는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지만, 만일 유급을 하면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전체 학교 학생에게 학업과 운동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사고방식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일본 문부과학성이 1998년, 클럽 활동을 스포츠, 미술, 음악 등을 망라한 ‘부활동(部活動)’으로 통합한 이래, 중학생의 70%, 고등학생의 50% 정도가 운동부에 소속돼 있다고 한다. 학생의 학습권이 철저히 보장되는 여러 제도적 장치를 통해 그들은 즐겁게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독일 학교에는 스포츠 엘리트를 양성하는 운동부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일반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의 장점은 클럽 활동이 학교 수업 이후에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해당 스포츠클럽에서 활동하는 학생은 운동부와 일반학생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을 결정하고, 그것에 매진할 수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국가들은 학생 본연의 임무라 할 수 있는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는 범위에서 학업과 운동의 적절한 배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실천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우리 또한 우리가 지닌 문제점과 폐단을 명확히 알고 있기에 이를 실제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더욱이 학교교육의 목적성과 그 속에서 교육적인 가치 개념으로 다뤄지는 스포츠교육을 생각해 볼 때, 더 이상 이분법 적인 관점으로 이 두 분야를 병치시킬 순 없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함으로써,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가꾸는 것은 전인적 인간을 훈육하기 위한 기본 토대이다. 국가와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관심과 제도적 개선을 통해 일반학생들은 물론 운동선수들도 학교 수업에 집중하고, 수업이 끝난 후에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클럽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운동선수나 일반학생들 모두 질풍노도의 시기를 아름답게 보내며, 서로 돕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해 자신의 삶을 균형 있게 가꿀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세계적 수준의 엘리트 선수의 양산도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꿈이 바로 현실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