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장학금이란 '당근'을 내걸고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17일 서울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본격적인 입시 전형을 진행중인 주요 대학들은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주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에 따른 학생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 내년도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 수입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예산절감 등을 통해 장학금을 오히려 신설 또는 확대하는 추세다.
어려울 때일수록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대학가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 '등록금.기숙사비.교재비에 생활지원금까지' = 대학들은 새로운 장학제도를 신설하거나 기존 장학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만만치 않은' 등록금을 걱정하는 학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경희대는 '창조21 장학' 제도를 신설해 수능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서 각각 상위 5% 이내의 성적을 받은 학생에게 4년간 등록금과 기숙사비 전액을 주고 생활지원금도 지급키로 했다.
동국대도 '동국법학핵심인재 장학금'을 새로 만들어 정시모집 합격자 중 수능 언어·외국어 상위 4% 이내 학생 30명에게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고 학기당 180만원의 교재비와 기숙사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양대는 '한양예비교수 인재장학금'을 만들어 의예과를 제외한 모집단위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4년 전액 장학금, 석·박사 과정 등록금 면제, 해외 어학연수 등 특전을 제공한다.
연세대 경영대학의 경우 입학성적 우수자에게 지급되는 4년 전액 장학금의 수혜자 수를 기존 10여명에서 최소 80명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 대학은 2009학년도 정시모집 정원 133명 중 우선선발 대상 입학생 전원(67명) 및 일반선발 인원 중 상위 10∼20%에 해당하는 입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고려대는 공과대학을 비롯한 자연계열과 경영대학에 입학하는 수능성적 우수자에게 장학금을 대폭 지원키로 했다.
공과대학과 경영대학은 올 정시모집 수능우선선발전형 합격자 전원에게, 자연계열 이과대와 생명과학대, 정보통신대학은 수능우선선발전형 합격자 중 수능성적이 평균 1.5등급 이상인 학생에게 각각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지원한다.
고려대 관계자는 "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투철한 우수 학생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라며 "국내 종합대학 중 자연계열 학생들에게 이런 혜택을 주기는 우리 대학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한국외대, 이화여대, 중앙대, 성균관대, 건국대, 숭실대, 서울시립대 등도 우수 입학생을 위한 장학 및 연수 제도를 신설 또는 확충했다.
◇ "등록금 동결해도 장학금은 확대" = 상당수 대학들은 내년도 등록금을 동결키로 했으면서도 장학금은 오히려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등록금 동결에 따른 수입분 감소로 재정난이 불을 보듯 뻔하지만 우수 학생 유치는 대학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자를 결코 게을리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주요 대학들은 경상비 절감이나 모금 확대, 수익사업 등을 통해 재정 수입 감소와 장학금 지급 확대로 인한 지출 증대의 불균형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희대는 발전기금 유치와 경상운영 경비를 줄여서 장학금을 확충키로 했다.
이 대학 경영대학의 경우, 지난 10월부터 '발전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 릴레이'를 통해 동문들로부터 기금을 모으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경영대의 경우 2개월만에 벌써 6억원 가량을 모았다"며 "대학본부 차원 뿐 아니라 단과대에서도 동문을 중심으로 장학금 마련을 위한 발전기금을 모으고 있다"라고 밝혔다.
고려대의 경영대학은 기업체 CEO(최고경영자)로 활동 중인 동문 선배들이 낸 기금을 수능성적 우수 신입생 장학금으로 지원키로 했다.
한국외대도 예산 절감 노력과 발전기금 유치 등을 통해 장학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을 짤 때 기본적으로 10%씩 절감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절감된 예산으로 장학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들 사이에 등록금 동결 결정과 장학금 확충 계획을 함께 발표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경쟁적으로 장학금을 늘리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인재 확보를 위한 대학가의 열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