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새 천년의 태양과은 떠올랐지만 교육계의 침체는 계속됐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느꼈던 환희도 잠시, 정년단축의 망령은 교단을 신음하게 했고 연금법 개악과 7차교육과정 도입에 교단은 또 한번 분노했다. 순탄치 않았던 새 천년 첫 해를 되돌아본다.
▲수능시험 최악의 인플레 `만점자 66명, 빵점자 25명' `만점자도 떨어질 수 있다' `빵점 맞기가 백점 맞기보다 더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대로 실현된 수능이었다. 지난해 보다 수험생의 평균 성적은 27.6점이 뛰어 올랐고 390점 이상이 작년보다 19배가 늘어난 7941명에 달했다. 특차·정시모집 합격선이 치솟으면서 수험생은 대학 지원에, 대학은 동점자 처리에 혼선을 빚었다. 심지어 변별력을 잃은 수능에 반발한 일부 수험생들은 11월 17일 `안티수능사이트'(cafe.daum.net/beatkice/)를 개설해 수능 철폐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12월11일에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앞에서 `안티 수능 인플레이션'이란 집회를 열어 교육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초등 명퇴교사 83% 교단 복귀 무리한 정년단축으로 교사가 부족해진 초등교단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명퇴 기간제교사를 모셔오기에 급급했다. 대규모 명퇴와 임용시험 지원자 미달이 계속 돼 전국적으로 1만5천여 명의 교원이 모자라 학생들이 수업을 못 받고 담임교사들은 교담이 없어져 수업부담이 가중됐다. 이 때문에 전국의 초등교는 올 2, 8월 명퇴자 5004명 중 4146명을 다시 기간제로 채용하는 `땜질식 수급' 정책에 휘둘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교는 과거 불미스런 일로 퇴직한 자격 미달자까지 모셔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알맹이 없는 교종안 진통만 거듭 99년 12월 발표된 교직발전종합방안(시안)이 1년여의 진통 끝에 윤곽을 드러냈지만 정년·연금 문제를 비켜가고 수석교사제 도입마저 불투명해져 `알맹이 없는' 사기진작 방안이 돼 버렸다. 연초부터 5대 광역시에서 공청회가 열리고 여론조사가 이어지면서 교총이 주장한 수석교사제는 전교조의 반대에 부딪혔고 교장연임제도 교원간 극심한 논쟁을 일으켰다. 또 초중등 자격연계에 반발한 전국 교사대생들의 농성과 가두시위가 이어지는 등 갈등만 불거졌다. 결국 교종안은 3차 개선안까지 나왔지만 수석교사제 도입 등 핵심사안이 빠지고 자율연수휴직제 등 실효성 없는 정책만 남아 아쉬움을 남겼다.
▲7차 교육과정 유보·철폐 논란 수준별 교육과정, 10개 국민공통기본교과 선정, 선택교과, 재량활동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제7차 교육과정이 초등 1, 2학년을 시작으로 도입됐다. 이에 정부는 `제7차교육과정 지원장학협의단'을 발족시켜 전국적인 홍보·연수에 들어갔다. 그러나 7차 교육과정은 우열반 편성으로 학생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국민공통기본교과를 10개 교과로 통합하면서 교사에게 복수부전공을 강요하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기술·가정, 제2외국어 교사를 중심으로 신분불안과 수급혼란을 초래할 전망이어서 교사들은 교육과정의 전면 유보·철폐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헌재, 과외 금지 위헌 판결 4월 27일 헌법재판소가 과외금지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림으로써 정부와 교육당국, 일선학교, 학부모 모두 혼란과 우려에 휩싸였다. 뒤늦게 정부와 교육부는 `과외교습 대책위원회'를 조직,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고액과외 기준 마련' `저소득층 과외비 지원' 등 실효성 없는 정책만 남발해 원성만 샀다. 결국 3개월의 혼선 끝에 `과외전면신고제'를 9월부터 도입했지만 고액과외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7월 10일 내놓은 `공교육내실화방안'도 교사 증원, 특기적성교육 활성화가 예산과 관계 부처의 반대로 크게 퇴색됐다. 이와 관련 교유계는 "교육부는 사실상 과외와의 전쟁을 포기했다"며 교육재정 확충, 교사 증원, 학급당학생수 감축을 촉구하고 있다.
▲통일교육 화해 급물살 6월 13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이후 통일교육도 화해의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남북한 이념 논쟁을 탈피해 북한의 사회, 문화, 생활을 이해시키는 학교교육 방안을 모색하는 각종 토론회와 교사·학생·학부모 대상 연수가 이어졌고 일선 초중고교는 전방견학, 통일 한마음 걷기·글짓기 대회 등 체험학습을 앞다퉈 실시했다. 대학에서도 북한 관련 학과 개설과 교류가 붐을 이뤘고 정부는 6·15 공동선언을 교과서에 반영하고 북한가요 휘파람 등을 담은 교사용 지도자료를 제작·배포했다. 그러나 6·25 50주년을 맞아 전쟁의 아픔을 표현한 교육용 포스터 수상작을 교육부가 전량 폐기한 일은 비난을 받았다. 또 자료와 시간이 모두 부족한 학교 현실을 무시하고 무리한 통일교육계획을 시달한 시·도교육청도 교사들의 원성을 샀다.
▲교육부 장관 3번 교체 백년대계를 이끌어야 할 교육부 장관이 손바닥 뒤집듯 교체된 한 해였다. 교육개혁의 추진력 부족과 업무·조직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김덕중 장관이 1월13일 물러나고 후임으로 문용린 서울대 교수가 기용됐다. 그러나 문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수도권 대학정원 자율화' `저소득층 과외비 지원' 등 준비되지 않은 발언으로 언론의 공격을 받은 데다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인 지난 5월 17일 `술판 사건'에 일격을 당해 8월 7일 송자 명지대 총장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했다. 하지만 송자 장관도 취임 직후부터 `이중국적' `사외이사 겸직을 통한 거액의 불로소득' 문제가 불거져 취임 23일만에 물러나는 최단기 장관 기록을 남기며 8월 31일 이돈희 서울대 교수로 교체됐다.
▲3만 교원 서울역 집회 정년단축으로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교단이 행자부의 연금법 개악 추진과 7차 교육과정 도입으로 갈등이 증폭돼 서울역 집회로 폭발했다. 10월 28일 한국교총이 서울역광장에서 가진 `연금법 개악 저지 및 교육실정 규탄 전국교육자대회'에는 3만여 교원이 운집해 정년환원, 연금 기득권 보장, 교육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분노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서울역집회 후에도 교사들은 명동성당까지 가두시위를 벌이며 결연한 의지를 표출했다. 이와 관련 한국교총은 8월 28일부터 9월 말까지 `40만 교원 서명운동'을 벌여 23만 명의 서명부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학생들의 교육참여 확산 두발 자율화, 체벌 금지, 입시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인권회복 운동이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봇물을 이뤘다. 전국 중고등학생연합과 청소년 웹 연대 `with'은 두발제한 철폐를 요구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10만여 명의 서명을 얻어내고 명동 거리집회를 정례화 해 관심이 집중됐다. 그 결과 2학기에는 전국의 중고교에서 두발자율화 토론이 이어지는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개설된 수 십여 개의 안티스쿨 사이트에는 학교와 교사, 심지어 동료학생을 비난하는 수 만여 건의 글들이 올라오면서 사이버 폭력문제를 야기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경기 신도시 고교 평준화 쟁점 경기도교육청이 비평준화 지역인 성남, 고양, 부천, 안양 신도시 고교의 평준화를 검토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어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최종보고서를 바탕으로 경기도교육청은 연말까지 평준화 도입여부를 결정하고 내년 7월까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평준화 지역에서 제외된 의왕시 주민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학군조정에 이견을 보이거나 평준화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집단 반발이 거세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