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발표된 대학 설립ㆍ운영규정 개정안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한 대학 규제완화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대학들이 '돈을 벌 수 있는' 통로를 넓혀주겠다는 취지이지만 대학 내 영화관, 쇼핑몰 등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것에 대해 학내 구성원 간 논란이 예상된다.
◇ 캠퍼스에 상업시설 들어선다 = 내년부터 대학 캠퍼스 안에 멀티 플렉스 영화관, 대형 할인마트, 쇼핑몰, 스포츠센터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의해 민간 투자자가 학교 시설 안에 건물을 지을 경우 교원,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지원시설만 건립할 수 있었으나 이 범위 제한을 없앤 것이다.
실제 서강대는 학교 부지 내에 대형 할인 마트를 유치하기 위해 서울시에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며 부산대도 영화관, 패밀리 레스토랑, 병원, 서점, 은행 등을 갖춘 '효원문화회관'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재정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대학 입장에서는 민간 투자 활성화로 수익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나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논란이 일 전망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노인 복지시설, 유치원, 청소년 수련시설, 교회 등 각종 문화ㆍ복지시설도 대학 내에 세워질 수 있게 된다.
◇ 기업-대학간 벽 허문다 = 교사(校舍) 총 면적의 10% 범위에서 일반 기업이 대학에 입주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중소기업창업지원법' 등에 따라 벤처기업, 중소기업만 대학 내 '신기술창업집적지역'이나 '창업보육센터' 등 별도로 지정된 곳에 입주할 수 있었으나 일반 기업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IT), 디자인, 설계, 컨설팅 등 다양한 영역의 기업들이 대학 안으로 들어가 대학은 수익을 올리고 산학협력도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또 대학들이 산업체와 계약을 맺어 업체 현장에 학과를 설치, 운영하거나 대학 연구소를 교지 바깥의 산업단지 내에 설립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 교육여건 우수 대학에 권한 더 준다 = 대학이 총 정원 범위에서 자체적으로 학과 또는 학부 간, 대학원 간 정원 조정을 할 때 지금까지는 교원, 교지, 교사, 수익용 기본재산 등 4개 기준이 전년도 이상 충족돼야 했으나 앞으로는 교원 확보율만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면 된다.
교육 여건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대학에 대해서는 교원 확보율이 전년보다 오히려 낮아졌더라도 자체 정원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또 교지가 따로 떨어져 있는 대학의 경우 각 교지가 같은 기초자치단체 내에 있거나 교지 간 거리가 20km 이내이면 각각의 교지를 하나로 통합해 교사 및 교지 확보율을 계산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의 실정과 교육 목표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캠퍼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본교 외의 다른 지역에 캠퍼스를 설립하는 경우 학생수가 최소 400명 이상이면 가능하도록 했다.
지금은 학생수가 최소 1천명 이상이어야 캠퍼스를 지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수가 최소 400명인 '미니 캠퍼스', 일부 학년이나 교육과정만을 운영하는 특수한 형태의 캠퍼스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 설립요건은 강화 = 대학 운영의 자율화와 더불어 학생수 감소 추세를 반영해 대학 설립 요건은 강화하기로 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18세 학령인구는 2006년 61만명에서 2011년 69만명, 2016년 62만명, 2020년 51만명, 2024년 42만명으로 감소하는 등 2011년 이후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대학 설립을 위한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기준을 대학은 1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전문대는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학원대학은 40억원에서 6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또 대학설립을 인가할 때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의 확보 여부와 함께 교육과정, 학생충원 전망, 출연재산의 적정성, 자산과 부채 등에 관한 사항도 심사하고 임원이 되고자 하는 자, 재산 출연자로부터 교육철학, 학교운영 의지 등에 대한 의견을 듣도록 하는 등 절차를 한층 강화했다.
아울러 대학 통폐합에 대한 기준을 교과부 장관 고시로 정해 대학 간 통폐합이 상시 추진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