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本校)에 다니는 학생보다 분교(分校) 학생수가 더 많은 '유례없는' 일이 광주에서 일어났다.
화제의 학교는 광주 도심에서 벗어난 농촌지역인 북구 효령동의 지산초등학교 북분교. 간신히 폐교 위기를 넘긴 지산초교 북분교는 학생수가 쑥쑥 늘어 올해 신입생까지 고려하면 벌써 본교를 추월했다. 북분교의 현재 학생수는 60명. 6학년 6명이 다음달초 졸업하지만, 신입생 14명을 새로 받아 전체 학생수는 68명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에 본교인 지산초교는 75명 가운데 16명이 졸업하고 신입생 8명을 받아 67명으로 분교보다 1명이 적다.
이런 현상은 분교로 격하된 2005년부터 예견됐다. 2005년 30명에 불과했던 학생수는 그해 신입생 등 11명이 늘어난 뒤 매년 10명 이상 신입생과 전학생이 늘었다. 시골 분교의 이처럼 유례없는 변화는 이 학교만이 가진 몇 가지 장점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문을 연 이 학교는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 정문을 들어서면 아름드리 소나무 숲과 아담한 교정 등 2만여㎡의 친환경적인 공간을 갖고 있어 한마디로 전원 속 학교다.
학교는 이 같은 장점을 십분 활용, 4천여㎡의 텃밭을 조성해 아이들이 직접 씨를 뿌리고 거름을 줘 배추와 오이, 고구마 등을 심고 거둬들여 급식재료로 쓴다.
1주일에 한두 번은 생태숲길 걷기, 야생화 관찰, 천연염색 등 생태체험을 꼭 했고 지난해는 아토피 치료에 도움을 주는 황토방까지 만들었다.
친환경 학교로 변신하면서 '아토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어 전학은 물론 아예 근처로 이사를 오는 학부모도 줄을 이었다.
광주 도심에서 살다가 이사를 온 학부모들이 직접 강사 등으로 참여하는 방과후 수업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학부모 김모(45)씨는 "학교 주변에서는 '이러다가는 본교와 분교가 뒤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며 "옛 시골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동화 속 학교'가 따로 없다"고 자랑했다.
지산초교 오병홍 교감은 18일 "자연생태체험을 할 수 있고 도시 속 시골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학생과 학부모들을 이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