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州)에서 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진화론과 창조론의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텍사스 교육위원회의 표결이 오는 3월로 예정된 가운데 '모든 과학 이론의 강점과 약점을 탐구해 비판하라'는 문구를 과학 교과서에서 뺄 것이냐 말 것이냐가 논란의 핵심에 놓여있다.
지난 20년 동안 텍사스주 과학 교과서에 실려온 이 문구는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의 약점을 부각시켜 과학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데 이용돼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올해 교과서 개정에 참여하는 일부 교사들이 이 문구를 '경험적 증거를 토대로 과학 이론을 분석하고 평가하라'는 말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미 연방법원이 창조론과 '지적 설계론'을 생물학 수업에 가르치는 것을 금지했음에도 텍사스주 교육위원 15명 가운데 7명이 보수주의자이며 이들은 릭 페리 주지사의 강력한 지원도 받고 있다.
'전미과학교육센터(NCSE)'의 유지니 스콧은 "'강점과 약점' 문구는 창조론을 뒷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안된 슬로건"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디스커버리 연구소(Discovery Institute)의 스티븐 메이어는 이 문구가 "학문의 자유를 위한 것으로 세속 종교에 가까운 다윈주의에 대한 맹신을 깨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은 텍사스주 교육과정 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도 이어졌다.
데이비드 힐스 텍사스대 생물학 교수는 "과학 이론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자들은 과학을 왜곡시키고 있으며 종교적, 정치적 목표를 추구하는 자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의 보수적인 학부모들은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들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휴스턴의 기계공인 폴 베리 라이블리(42)는 "교과서는 진화론의 근거가 거짓과 속임수로 얼룩져 있음에도 하나의 이론 이상으로 다루고 있다"며 "진화론은 아직 검증된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수업 시간에 진화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교사들이 놀리거나 겁을 주기까지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재계 인사들은 텍사스주가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보수적인 과학 교과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고학력 노동자들을 끌어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