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8일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파문'과 관련해 진상을 조사키로 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이번 파문과 관련해 전교조 집행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내부의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자칫 사태의 '불똥'이 전교조로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이번 성폭력 사태의 피해자가 소속 조합원인데도 지금까지 집행부 차원에서 별도의 진상 규명에 나서지 않았다.
전교조는 또 그간 학교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인권을 내세워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성명이나 논평 한번 없이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이는 이번 사태로 전교조가 파문에 휩싸일 경우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전교조에 타격이 가해질 수도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교조는 그러나 안팎에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이번에 진상조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번 사태 피해자의 대리인 측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뿐 아니라 피해자가 소속한 연맹의 위원장과 간부들도 마찬가지로 압박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교조 내부에서도 "사건을 쉬쉬하기보다 냉정하게 사실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 반성과 해명이 필요하다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또 그간 교육당국과 일선 학교의 조직보호 논리와 관료적 권위주의를 비판해오던 전교조가 오히려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국민적 신뢰를 잃는 '회복 불능' 사태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조만간 진상조사단을 꾸려 집행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 등 정확한 사실을 규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교조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검찰의 대대적인 조사를 받으며 조직이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도덕성에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와 함께 이번 사태로 인해 전교조 내부의 경경파와 온건파의 내분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간 전교조 내부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파로 분류되는 '참교육실천연대'(NL계열)와 강경파로 분류되는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민중민주.PD계열) 간에 빚어져온 대립이 이번 사태로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지난해 학교 자율화와 학업성취도 평가, 학교성적 공개 등의 각종 정책을 쏟아낼 때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였고, 올해 교육계 이슈로 꼽히는 교원평가제를 반대하고 있지만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전교조의 고민거리다.
한편 정진후 위원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직 물러날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조 엄민용 대변인은 "새 집행부가 아직까지 사퇴에 대한 뜻은 없는 것으로 알지만 만약 책임질 일이 생긴다면 책임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