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들이 대입 관련 `3불' 정책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잇따라 대입 관련 발언을 해 정부의 대입 자율화 방침에 다소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12일 오후 서울의 한 중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학에 들어갈 때 성적순으로 잘라 들어가는 입시제도는 바뀌어야 한다"면서 "대학이 당장 수능성적이 안좋아도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뽑아야지 1점도 아니고 0점 몇 점으로 떨어지고 하는데 이게 너무 인위적으로 하니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 대입제도나 교육제도가 바뀌면 아마 초.중.고등학교도 훨씬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학생교육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장관도 1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간담회를 갖고 "대입문제로 여러가지 혼란을 겪고 있다"며 "자율화는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입이 무질서로 가면 정부로서는 엄청난 책임이 생기는 것"이라며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 혼자서는 막중한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교과부, 대교협, 교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일부 대학들의 3불(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무력화 움직임 등 최근 벌어진 혼란상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성적순으로 잘라 들어가는 입시제도는 바뀌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수능 성적이 좋은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입시안을 만들거나 본고사 등을 통해 성적 위주로 학생을 뽑으려는 일부 상위권 대학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동안 정부가 대입 업무를 위임받은 대교협의 활동이나 개별 대학의 입시안에 대해 `대입 자율화'를 이유로 공식 대응을 자제해 왔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태도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일부 대학 사이에 본고사 부활 움직임, 고교등급제 실시 의혹 등이 잇따르면서 학생, 학부모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연세대는 2012학년도부터 수시 모집에서 대학별고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본고사 부활을 선언했고 고려대는 2009학년도 수시 전형에서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있다.
고려대 총장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12학년도부터 고교등급제를 실시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대입 완전 자율화의 시점도 불분명해 혼동을 줬다.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는 대입 3단계 자율화 계획에 따라 대입 완전 자율화 시점을 `2012년 이후'라고 밝혔지만 이미 일부 대학들은 이를 `2012학년도부터'로 기정사실화한 것이 사실이었다.
교과부와 대교협은 그러나 "2012학년도부터 대입 완전 자율화를 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 "2012년에 가서 대입 자율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는데, 이 발언은 2012학년도부터 완전자율화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는 1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입 자율화에 대한 정부의 후속 계획을 밝힐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대교협도 이날 오전 대학윤리위원회를 열어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실시 논란에 대한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입 자율화 시점을 한층 명확히 하고 최근 벌어지는 혼란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정부 입장을 설명하려는 것"이라며 "고교, 대학 간 협의체를 어떻게 운영할지 등에 대한 내용도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