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단위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서울 지역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사회.과학 2과목에서 기초미달 학생 비율이 초중고 모두 다른 시.도보다 높았고, 국어.영어.수학 3과목에서도 기초미달자가 다른 시.도에 비해 많았다.
초6 학생은 사회.과학의 기초미달자 비율이 가장 높았고 수학과 국어 성적도 좋지 않았으며 그나마 영어가 10위를 차지해 체면을 유지했다.
중3 학생도 사회.과학 뿐만 아니라 국어까지 기초미달자 비율이 가장 높았고 수학.영어는 16개 시.도 중 3위였다.
고1 학생 역시 사회.과학에선 기초미달자 순위 1위에 올랐다.
서울의 기초미달 비율이 전 과목에 걸쳐 높게 나타난 것은 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교육당국과 일선 학교의 관심 부족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공정택 교육감 주도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년간 '학력신장' 구호를 부르짖으며 학생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려고 각종 교육정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책의 초점이 지나치게 상위권에 맞춰지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실에 제출한 '2009학년도 서울대 고교별 합격자 현황' 자료를 보면 합격자 상위 20위 고교에 서울 소재 학교가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어 상위권 학생의 높은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사례는 우수 학생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지만 뒤처지는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성적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서울 내에서도 교육열이 높고 사교육 혜택이 많은 강남, 목동, 중계동 등 이른바 교육특구 '트라이앵글' 지역은 다른 곳보다 성적이 좋게 나왔고 특히 강남의 성적은 월등했다.
강남은 초6, 중3 성적이 모든 과목에 걸쳐 기초미달 학생이 가장 적었다.
학생들이 이번 평가에 임한 태도도 서울지역의 성적이 낮게 나온 이유로 꼽히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반대 속에 이번 평가를 놓고 서울에서 '일제고사' 논란이 있었고, 이 여파로 학생 중 백지답안을 내거나 엉터리로 답안을 작성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학생들의 수준을 알아보려는 것일 뿐 내신 성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전교조 교사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시험을 일부러 엉터리로 치르더라도 이를 막을 묘책이 없었던 것이다.
교과부가 성적 공개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에 백지답안을 제외하고 통계를 다시 잡도록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결과에는 백지답안 역시 그대로 성적 산출에 반영됐고 이 때문에 서울의 전체 평균이 어느 정도 낮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학업성취도 평가 후 제기된 일부 의혹도 통계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학교가 소속 학생들의 성적이 올라갈 수 있도록 시험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지역 교육청 단위로 낱낱이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이 강조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선 '결과물'에 초점을 맞춰 부실한 평가관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