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발표된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그동안 '평준화'라는 교육 이념 아래 가려져 왔던 지역 간 학력 격차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그동안 매년 실시돼 온 것이긴 하지만 표집이 아닌 전수 조사 방식으로, 그것도 그 결과를 16개 시도 교육청 및 180개 지역 교육청별로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과부는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학교 간 건전한 경쟁을 유발하고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을 정확히 파악, 집중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평가 결과가 결국 지역 간, 학교 간 서열화를 위한 도구로 잘못 활용되고 과도한 학습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지역 간 학력차 확인 = 학업성취도 평가는 국가 교육과정이 제공하는 학력수준에 학생들이 도달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시험이다.
따라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졸업학년인 6학년, 3학년이 평가 대상이 되며 고등학교의 경우 국민공통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마지막 학년인 1학년이 평가 대상이다. 고교 2~3학년은 선택 교육과정으로 분류돼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지난해 10월 실시된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것으로 초6 65만명, 중3 66만명, 고1 65만명 등 총 196만명이 시험에 응했다.
2007년까지는 평가 대상이 되는 학년의 3%만을 표집해 시험이 실시됐고 평가 결과도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지역 등 3개 지역 단위로만 공개됐다.
하지만 '경쟁을 통한 성장', '수월성' 등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부터 전체 학년으로 시험 대상이 확대되고 결과 공개 범위도 고1은 16개 시도 교육청, 초6과 중3은 16개 시도 교육청 및 180개 지역 교육청별로 훨씬 세분화됐다.
다시 말해 그동안 짐작으로만 알던 지역 간 학력차를 16개 시도별, 180개 지역 교육청별로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이번 평가 결과 지역 간 격차가 데이터를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16개 시도 가운데서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서울, 경기 지역의 기초 미달자 수준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역 교육청별로 보면 기초 미달자 비율이 지역 간 많게는 최대 30%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전국적으로 기초 미달 학생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한 것도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3% 표집 방식이었기 때문에 전체 초중고생 가운데 기초 학력 미달자수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 전체 초6의 2.4%인 1만5천명, 중3의 10.4%인 6만9천명, 고1의 9.0%인 4만4천명이 기초 학력 미달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전수 조사로 적지 않은 학생들이 기초 학력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지금까지는 정확한 조사 자체가 실시되지 않아 기초 미달 학생에 대한 실효성있는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 서열화ㆍ경쟁심화 논란도 = 통계를 바탕으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지만 지역 간,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고 서열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논란에서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기초 미달자 비율이 높은 곳은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 기피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교육에 대한 우리 국민의 높은 관심도를 고려한다면 이는 곧바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평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일부 지역 교육청의 경우 다음번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관내 학교를 대상으로 선행 평가를 실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지역 간 과도한 학습 경쟁이 현실화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반교육적인 '일제고사'라 비판하며 지난해 10월 시험 실시 당시 지역별로 평가 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전교조는 성명을 내고 "신뢰성에도 의문이 가는 평가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학교는 성적을 올리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하고 갖가지 비교육적 파행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며 "교과부가 앞장서 비교육적 성적 경쟁, 서열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결과를 가지고 지역을 서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히려 학력차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역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획일적 교육체제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보장하는 체제로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