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17일 학업성취도 성적을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내놓은 대책을 놓고 벌써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 교육청은 전국적인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서울이 사실상 '꼴찌'의 불명예를 안게 되자 학력 신장 정도를 교장.교감 인사에 반영하는 내용 등을 담은 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초.중.고생이 뜻밖에도 서울에 많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공정택 교육감이 지난 5년간 강조해온 '학력신장' 구호가 무색해지고,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시 교육청의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시 교육청이 학업성취도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특별 조치로 내놓은 것이 성적이 오르지 못한 하위 3% 학교의 교장.교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장.교감 평가제다.
그러나 시 교육청이 이 대책을 내놓자마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3월부터 학업성취도 평가를 교장.교감 인사와 연계할 경우 학교별로 성적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한 과도한 학습경쟁이 유발되고, 학업성취도 평가 자체의 파행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교장.교감들이 당장의 불이익을 우려해 교사들에게 문제풀이와 반복학습을 강요하면서 성적이 나쁜 학생은 평가 당일 학교에 나오지 않게 하고 시험 감독도 오히려 더 느슨하게 하는 편법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엄민용 대변인은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 당시에도 운동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올해는 이런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우 학업성취도 평가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성적 경쟁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 수준에서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이유는 학부모에게 학생의 정확한 실력을 알려주고 학교에서 그에 맞춰 학력신장을 위한 학습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평가의 본래 취지가 결과만을 중시하는 성적 경쟁으로 치우치면서 학생들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지역의 교육환경 등 학업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다양함에도 학교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여론을 경계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남지역의 한 고교 교장은 "학업성취도 평가가 반드시 학교의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지역사회의 실정을 무시할 수 없다"며 "단순히 결과만 가지고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