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교육청이 정읍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졸업 유예를 허락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정읍 A 초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이던 B(14) 군은 어릴 적부터 앓아온 질병 탓에 한글을 전혀 읽지 못하고 기본적인 덧셈과 뺄셈도 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학습 부진아였다.
그러나 B 군은 2년 전 이 초등학교에 부임한 김모(57) 교장의 지도를 받으면서 몰라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작년 말부터 학업 수준이 올라가더니 이제는 어지간한 한글을 읽고 한 자리 수나마 더하기, 빼기도 할 수 있게 됐다.
졸업을 앞두고 이미 중학교 취학 신청을 했던 B 군의 부모는 이런 갑작스런 변화에 마음을 바꿔 김 교장에게 "1년만 더 지도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교장도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김 교장으로부터 중학교 진학 취소 요청을 받은 정읍교육청은 "이미 B 군의 중학교 배정이 끝났고 초등학교 졸업 유예나 유급은 규정이나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김 교장의 요청이 계속되자 정읍교육청은 최근 전북도교육청에 판단을 내려 달라고 의뢰했고 공은 도교육청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도교육청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초등학생의 유급이나 졸업유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은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진급이나 졸업을 미룰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학습 부진아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다만 이 법 제28조에 '학습 부진 등의 사유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운 학생을 위해 교육 과정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이를 넓게 해석하면 유급도 가능하리라 추측할 뿐이다.
결국 도교육청은 10일 관계자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판단을 상급 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교과부 학력증진지원과 관계자조차 "관련 규정이 없고, 파악된 전례도 없다"고 난감해하는 표정이어서 B 군의 졸업 문제는 한동안 논란이 될 전망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교육적 측면에서 보면 유급을 허용해야 하지만, 제도적으로 마땅한 근거 조항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라며 "교과부의 판단을 받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